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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들 공동묘지로 줄줄이

14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남부 아다나시에서 서북쪽으로 16㎞ 떨어진 카바사칼 공동묘지. 사고 사망자를 뜻하는 녹색 금속제 관을 실은 영구차가 10분에 한 대꼴로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아다나와 인근 하타이주(州)에서 수습한 지진 희생자 시신을 실은 차량이다. 이날 공동묘지에 도착한 관은 40여 개. 추모객 300여 명이 모여들면서 관리사무소 앞 공터가 가득 찼다. 묘지 입구 바로 옆 모스크에서 구슬픈 기도문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꾹꾹 눌러 참았다 터진 듯 서러운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묘지 관리인은 "지진 발생 직후에는 하루에 200구 넘게 매장했다"며 "아침 7시부터 해 질 때까지 3개 팀이 식사도 거르고 계속 작업했지만 시신이 들어오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나중에는 소형 굴착기로 땅을 팠다"고 했다. 관을 실은 트럭과 승합차가 몇 백m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그는 "20년 넘게 매장 일을 했지만,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이의 장례를 치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하루이틀 안에 엄숙하게 장례를 치르고 바로 매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지진 사태는 기존의 상례(喪禮)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유족들을 위로하러 온 한 이맘(종교 지도자)은 "가족 단위로 한꺼번에 참변을 당한 이가 많다"며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시신이 상당수였고, 또 다른 가족들의 시신을 찾아 함께 장례를 치르려는 이들도 있어 며칠 더 기다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가 큰 안타키아와 카라만마라슈 등에는 대규모 공동묘지가 새로 생겼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미국의 민간 위성사진에 이 묘지들이 잡힐 정도"라며 "카라만마라슈 공동묘지에는 8000여 명이 묻혔고, 곧 1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덮친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한국 시각 15일 오후 8시 현재 4만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가 3만5418명, 시리아가 5814명으로 집계됐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장은 "(이번 지진이) 유럽 지역에서 발생한 100년 내 최악의 자연재해"라고 밝혔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 남부 산악 지대를 따라 길이 470㎞에 이르는 긴 단층 파열이 생겼다고 밝혔다. 레이더와 위성 관측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 만든 지도에는 마치 땅이 길게 찢겨 나간 듯한 모습이 보인다. 평평했던 땅이 깊이가 최대 수십m에 달하는 골짜기로 바뀌기도 했다. USGS는 "이번 강진은 규모(7.8)에 비해 두 배 이상 큰 자국을 지표면에 남겼다"며 "단층대 지표면 아래 얕은 곳에서 발생해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지진 발생 9일째에도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이 이어졌다. TRT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남부 카라만마라슈의 건물 잔해에서 42세 여성이 구조됐다. 지진 발생 222시간(9일 6시간) 만이다. 같은 지역 인근의 무너진 아파트 잔해 속에서 200여 시간 만에 구조된 형제는 단백질 보충제 가루와 자신의 소변을 먹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버텼다고 한다. 기고자 : 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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