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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캠퍼스 견학 다시 성행

서울대 정문에서 600여m 떨어진 16동 사회과학대 건물. 비교적 정문에서 가까운 편인 이 단과대는 최근 외부 방문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깥 소리가 잘 들리는 편인 237호 강의실은 금요일 오전마다 수업이 중단되기 일쑤다. 캠퍼스 단체 견학을 온 중·고교생 수십명이 건물 옆을 지나가면서 떠드는 소리가 요란하기 때문이다. 지난 학기 이 강의실에서 정치학 수업을 들었다는 이모(24)씨는 "견학생들이 우르르 걸어갈 땐 교수님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라면서 "다 지나갈 때까지 수업이 2~3분 중단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뿐 아니다. 연세대·고려대를 비롯한 서울 지역 유명 대학들은 이처럼 외부 민간 업체들 '캠퍼스 투어'가 성행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코로나 유행이 잦아들면서 한동안 잠잠해졌던 '캠퍼스 투어'가 부쩍 늘어 학생들 학습권에 심각한 지장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대학 자체적으로 홍보대사 동아리가 무료로 운영하는 공식 캠퍼스 투어도 있지만, 이처럼 사설 기관이 중·고교생에게 1인당 2만~3만원 안팎 비용을 받고 대학 내부를 구경시켜주는 프로그램은 갖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우선 사설 투어는 대학 공식 투어와 달리 재학생들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곳이 많다. 이번 겨울방학 서울대 중앙도서관을 매일 찾은 고시 준비생 박모(26)씨는 "1층 열람실 창가에 앉았다가 밖에서 웬 학생 무리가 떠드는 소리에 내다봤더니 캠퍼스 투어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 학생들이 지나가던 곳은 두 도서관 사잇길로 서울대 공식 캠퍼스 투어에서는 지나지 않는 곳이다. 공식 투어는 강의동이나 도서관 인근을 피해 동선을 짠다. 시험 기간에는 운영하지 않고 인원이 많은 단체 견학은 토요일에 편성한다.

하지만 사설 투어는 이런 재학생들 학습 환경을 무시할 뿐 아니라, 인솔이 서툴다 보니 학생 식당이나 편의 시설에서 통제가 잘 안 되기도 한다. 연세대 4학년 이모(25)씨는 "중·고생들이 학생식당에 우르르 몰려오면 줄이 길어 밥을 못 먹고 수업에 가야 하는 날도 많다"고 했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재학생 밥 먹을 곳도 없다" "입구 막기, 시끄럽게 떠들기, 쓰레기 아무 곳에나 버리기…" 등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여럿 올라온다.

본지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캠퍼스 투어를 홍보하는 업체 3곳을 조사해보니 모두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진로·진학 교육과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교육부에서 '우수 진로 체험 기관'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한 곳도 있었다. 캠퍼스 투어 비용은 1인당 1만6000~3만1500원. 대학을 오가는 교통비는 참가자 자비 부담이다. 투어 시간은 3~5시간 정도. 이 업체들은 대학 재학생을 일일 '멘토'로 고용해서 시급 2만~3만원을 활동비로 준다.

대학 입장에서는 이런 업체들이 적잖은 골칫거리다. 허가를 받거나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캠퍼스 시설을 활용해 영리 활동을 하는 것도 그렇고, 종종 투어 참가자들이 대학이 관여한 걸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지난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집합 금지 조치로 사설 캠퍼스 투어가 취소됐는데 업체가 견학비를 환불해주지 않았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연세대 측은 "일부 피해도 있고 안전이나 위생 문제 등을 보장할 수 없어 원칙적으로 외부 업체 캠퍼스 투어는 불허하고 있지만 매번 감시하거나 적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대다수 대학은 예약을 통한 공식 캠퍼스 투어만 허가하고 외부인은 건물 출입을 금지한다. 하버드대는 대학과 공식 계약을 맺지 않은 투어는 금지하고 있다. 여행사 등이 대학에 비용을 지불하고 최소 3일 전에 예약해 단체 투어를 할 수 있지만, 투어 시간(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과 인원(35명) 등이 제한된다. 기고자 : 김은경 기자 최낙원 인턴기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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