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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1만명 늘었지만 올해 8만명 증가 그칠듯

IT 업계의 한 대기업은 최근 150명 신규 고용을 추진하다 3분의 1에 불과한 50명으로 줄였다. 불황 조짐이 짙어지면서 작년 4분기 7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라 신입 사원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사팀 임원은 "강도 높은 경비 절감을 위해 인력 재배치 등을 하는 처지라 신규 채용은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10분의 1 토막이 난 역대급 고용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년 대비 신규 취업자 수는 지난해에는 81만6000명 증가했지만, 올해는 10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한다. 일부에서는 이것도 낙관적인 수준이라고 본다. 한국은행은 작년 12월 올해 신규 취업자 수가 9만명 늘어난다고 예측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보다 더 낮은 8만4000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용 한파가 닥치면서 금융권뿐 아니라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까지 희망 퇴직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공공 분야에서도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정규직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2만6000명)보다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일자리 사업을 당겨서 조기 집행하는 대책을 펴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세금을 투입해 올해 104만4000명을 고용하기로 계획돼 있는데, 1월 중에만 66만4000명을 채용했다. 채용 목표를 112%나 초과 달성했다.

◇신규 취업자 수 급감

이미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의 정규직 신규 채용 규모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연말 기업 채용 사이트 사람인HR연구소가 기업 390사를 대상으로 올해 채용 규모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6.7%가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채용을 중단 또는 축소한다는 응답은 대기업(47.8%)이 중견기업(40.6%)이나 중소기업(32.8%)보다 높았다.

현대모비스는 이달 10일까지 '50대 이상' '책임 직급' 이상 직원들을 상대로 전직과 경력 전환을 위한 리스타트 프로그램 신청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되면 연봉의 50%와 최대 3년의 잔여 근속 기간을 곱한 만큼 보상을 해준다. 정유 업체 에쓰오일도 올해 사무직과 생산직 모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작년 4분기부터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 정유 업계는 희망퇴직이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건설 업계에서는 최근 주인이 바뀐 쌍용건설이 기존 임원 29명 중 절반에 가까운 14명을 무더기 해고했다.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건설 자재 업체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건설 자재 분야 최대 기업인 LX 하우시스도 최근 임원 30명을 절반인 15명으로 줄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업종·규모를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해운사 HMM은 근속 10년 이상 육상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받았고, 실적 악화를 겪는 가전 양판점 롯데하이마트도 희망 퇴직자를 모집했다.

◇노인 일자리 9만개 늘어 취업자 떠받쳐

민간 일자리는 쪼그라드는 반면 정부가 세금을 들여 만든 직접 일자리는 늘었다. 올해 노인 일자리 사업 규모는 당초 정부 계획과 달리 작년(84만5000개)보다 오히려 3만8000개 늘었다. 보건복지부 사업을 통한 노인 일자리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기존 정부안(82만2000개)보다 6만1000개 불어난 88만3000개로 확정됐다. 불어난 6만1000개 일자리는 모두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형 일자리다. 노노 케어나 지역사회 환경 개선 봉사, 스쿨존 교통 지원 봉사 등이다. 고용부의 고령자 고용 장려금을 통해 지원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노인 일자리는 작년 85만4000개에서 올해 94만4000개로 9만개 늘었다.

지난달 60대 이상 취업자만 큰 폭으로 늘어난 것도 이 영향이 컸다.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는 이와 관련, "정부의 노인 일자리 조기 집행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노인 일자리는 주로 보건복지업이나 공공행정으로 잡힌다.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50대(10만7000명)와 30대(1만7000명)에서 취업자 수가 소폭 증가했고, 40대(6만3000명)와 20대(4만3000명)에서는 감소했다. 40대 취업자는 7개월 연속 줄었고, 20대 취업자는 작년 11월(-4000명)부터 마이너스 전환한 뒤 감소 폭이 더 커지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경기 위축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제조업뿐 아니라 도소매업(-6만1000명)과 건설업(-3만9000명), 운수창고업(-5만1000명)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그래픽] 월별 취업자 추이 기고자 : 신은진 기자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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