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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버리면 자유롭다. 그런데 삶이 풍족할 때보다 부족할 때 자유는 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꽁치추어탕을 앞에 두고 한 생각이다. 흔히 미꾸리로 끓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상상하지 못했다. 꽁치뿐만 아니다. 부산에서는 고등어를 넣기도 하고, 웅어를 이용하기도 했다. 갯벌이 발달한 곳에서는 짱뚱어를 이용했다. 사실 추어탕은 들어가는 생선보다 시래기를 먹는 맛이다. 여기에 몸을 추스르는 영양분으로 물고기가 더해진 것이다.

지역마다 양념이 다르고 내려오는 손맛이 더해져 완성된다. 꽁치추어탕은 즉흥적이다. 그래서 늘 진화한다. 그렇다고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는 더욱 아니다. 꽁치추어탕을 처음 맛본 것은 구룡포에서다. 과메기를 만드는 꽁치가 효자 노릇을 시작할 때다. 당시 실제 꽁치로 호미곶에 거대한 꽁치 조형물이 만들어졌다. 그때 구룡포 주민들이 방문객에게 꽁치추어탕을 끓여서 제공했다. 그들은 청어보다 꽁치에 더 익숙한 세대들이었다. 그렇게 꽁치는 과메기의 주인공으로 자리를 잡았다.

많이 잡히는 꽁치를 엮어 과메기를 만들고, 시래기를 넣고 국을 끓여 온 가족이 끼니를 해결했다. 이번에 죽도에서 맛을 본 추어탕은 꽁치를 다져 완자를 만들어 끓인 것이다. '꽁다추'로 알려져 있다. 식감을 살리면서 국물도 깔끔하게 내놓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꽁치를 다진 완자였다. 어시장에서 경매를 마친 싱싱한 꽁치를 이용한다.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뼈째 다져야 하기에 손이 많이 간다. 대를 이어 그 일을 해왔으니, 안주인의 어깨가 성할 리 없다.

펄펄 끓는 육수에 다진 꽁치를 넣어 익힌다. 삶은 시래기는 조물조물 된장 등 밑간을 해서 끓인 후 익힌 완자를 넣어 다시 끓인다. 꽁치가 청어를 대신해 포항 음식의 대역으로 등장했지만 이제 주연의 자리를 차지했다. 오히려 다시 등장한 청어가 뻘쭘한 신세가 되었다. 청어 세대는 가고 꽁치 세대가 중년이 되었으니 어찌하랴. 그 사이 안주인의 어깨는 병원 신세를 면치 못하지만 포항의 맛을 찾아오는 식객들을 보면서 칼을 들고 꽁치를 다진다. 기고자 :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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