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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의 길' 펴낸 김욱동 교수

"정확성과 가독성,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건 힘들죠."

김욱동(75·사진) 서강대 영문학부 명예교수가 미국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 번역 경쟁을 회상하며 말했다. 그는 최근 출간한 '번역가의 길'(연암서가)에서 과거의 오역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약 10년 전 이야기를 꺼냈다. 동명 영화의 국내 개봉과 맞물려 수십 종의 번역서가 쏟아지던 때다. 좋은 가독성으로 인기를 끈 김영하 작가의 번역서와 정확성으로 이름난 김 교수의 것이 비교되는 일이 잦았다. 무엇이 정본이냐는 논란도 일었다.

김 교수는 김 작가의 당시 번역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대한 개츠비' 번역에 비유했다. "김 작가의 번역은 하루키처럼 소설가 특유의 상상력과 문장력이 돋보이나, 의역이 많은 번역이었죠. 제 것은 원문에 충실하려다 보니 딱딱하게 여겨졌을 겁니다. 저도 그들처럼 가독성 있게 쓰려고 노력해 봤지만, 가독성까지 잡기는 어렵더라고요. 가장 이상적인 건 그 중간일 겁니다."

책은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작품을 비롯한 오역 사례들을 상세히 언급한다. "번역은 비판에 더 수용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번역가는 오역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번역 작품이 중요한 것이지 누가 했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기에 번역가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김 교수는 "번역이란 외국인의 옷을 한복으로 갈아입히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동안 그는 '노인과 바다' '앵무새 죽이기'를 비롯해 30여 권의 '한복'을 지었다. 최근 그의 관심은 외국의 낯선 문화와 어휘를 국내에 소개하는 것. "오랫동안 외국 작품을 한국 정서에 맞게 번역하는 데 주력했는데, 이제는 낯선 것을 그대로 번역해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구화된 한복도 필요하지 않겠어요?"

10년 전 교단에서 물러난 김 교수는 부산 해운대에 집과 사무실을 얻어 지낸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무실에서 책을 읽고, 번역과 같은 작업을 한다. 연고 없는 곳이지만, 해변과 동백섬의 바람이 사무실 가는 그를 반긴다. 근시가 심했는데, 그 덕분인지 아직 노안이 오지 않았다. 우연이 모여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된다. "지금처럼 번역과 저술 작업을 계속하고, 매년 해외 저널에 3편씩 논문을 발표할 겁니다. 해외 문학을 통해 한국의 문학과 문화를 풍요롭게 만들고 싶어요." 기고자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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