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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EU·非나토국 몰도바 대통령 ＂공작원 침투시켜 쿠데타 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이어 동유럽 소국(小國) 몰도바를 장악하려 한다는 주장이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양국 최고 지도자에게서 잇따라 제기됐다.

몰도바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러시아가 몰도바에 공작원을 침투시켜 우리 정부를 전복하는 쿠데타를 시도하려 한다"고 규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산두 대통령은 "러시아는 군사훈련을 받고 민간인처럼 위장한 러시아·벨라루스·세르비아·몬테네그로 국적자들을 몰도바로 잠입시켜 정부 건물을 공격하거나 (주요 인사를) 인질로 삼으려는 계획을 세웠다"며 "이들이 폭력적인 반정부 시위를 이끈 정황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목적은 몰도바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차단하고, 몰도바의 헌정 질서를 무너뜨려 합법적 권력을 러시아의 통제를 받는 불법적인 체제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두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지난 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몰도바를 무너뜨려 점령한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계획을 입수했다"고 밝힌 지 나흘 만에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영토 확장을 꾀하는 러시아가 친러 분리주의 미승인국(트란스니스트리아)이 있는 몰도바에 대해서도 호시탐탐 점령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분석은 이전부터 나왔으나, 양국의 대통령이 러시아의 몰도바 장악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몰도바에선 지난해부터 산두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았다. 몰도바 당국은 러시아와 손발을 맞춰 이 시위를 주도한 배후 인물로 친러 성향의 자국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이자 야당 쇼르당의 당수인 일란 쇼르를 지목하고 있다.

인구 400만명의 중립국 몰도바는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돼 있지 않아 안보 상황이 매우 취약하다. 몰도바는 1991년 소련이 붕괴할 때 독립했는데, 이 과정에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동부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도 몰도바에서 독립을 선언했다. 6개월간 내전을 거쳐 몰도바 정부와 휴전 협정을 맺은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지금까지 몰도바 내 미승인국으로 남아 있다. 러시아가 현재 이 지역에 평화유지군이란 명목으로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가 이 전쟁에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끌어들여 몰도바를 침공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우크라이나 서부, 루마니아 동부 지역과 국경을 접한 유럽 최빈국 몰도바는 루마니아와 '형제 국가'로 통한다. 민족 구성의 81%를 차지하는 몰도바인은 기본적으로 루마니아인과 같은 민족이며, 몰도바의 공용어는 라틴어의 영향을 받은 루마니아어다. 하지만 정치·역사적으로는 오랜 시간 러시아의 영향권 내에 있었다. 미국평화연구소(USIP)는 "1812년 당시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1세가 오스만 제후국이었던 몰다비아 공국의 동부 지역 '베사라비아'를 점령한 것을 시작으로 (냉전 시기에) 러시아는 몰도바를 서유럽에 대항하는 방어 기지로 활용해 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친서방 성향의 산두 대통령이 이끄는 몰도바 정부는 EU 가입을 신청했고, EU는 몰도바의 가입 후보국 지위를 승인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몰도바는 헌법에 명시된 중립성에서 벗어나 NATO 등 더 큰 동맹에 가입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몰도바는 러시아와 육지로는 국경을 접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흑해를 통해 러시아가 기습 작전을 펼칠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 10일 흑해에서 몰도바 상공을 가로지르는 미사일을 우크라이나로 발사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계획했던 것보다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몰도바를 장악해 내부 친러 세력과 동서 양쪽에서 우크라이나 협공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두 대통령이 언급한 러시아의 몰도바 정부 전복 계획에 대해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이는 푸틴의 각본일 것"이라며 "우리는 절대적으로 몰도바 정부와 국민의 편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14일 "몰도바 대통령의 발언은 완전히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래픽] 몰도바 위치도·개요 기고자 : 장민석 기자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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