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고용부, 위법소지 50여개 조항 시정명령 추진

"노조 간부에 대한 인사는 노조와 사전 합의한다." "승진심사위원회에는 노조가 추천한 사람을 의무적으로 포함한다."

서울 송파구청이 2021년 9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송파지부와 체결한 단체협약(단협) 및 별도 합의문에 들어가 있는 조항들이다. 법에 따라 정부가 만드는 명령·지침보다 노조와 맺은 단협이 우선하며, 노조가 지목하는 사람은 인사·노무 업무에서 배제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이 조항들을 비롯, 단협 조항 140여 개 중 50여 개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시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이 단협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성수 전 구청장 때 체결된 것으로, 올해 9월까지 2년간 효력이 유지된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서강석 현 구청장은 지난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에 이 단협에 대한 시정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구청의 정책 결정과 인사 등 공무원노조법상 노조가 관여할 수 없는 사항들까지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청 단협은 서두부터 '본 협약에서 정한 내용에 위배되는 지침·명령 등에 대해서는 본 협약의 내용이 우선한다'고 돼 있다. 국회가 정한 법에 따라 정부가 만드는 명령·지침이나 구의회가 만드는 조례보다 단협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또 '조합원의 보수·복지·고용 등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를 추진할 때에는 사전에 조합과 합의해 추진한다'고 돼 있다. 먼저 노조 허락을 받으라는 의미다.

또 노조 간부에 대해 인사 명령을 내리거나 송파구 공무원 전체에 적용되는 인사 원칙을 바꿀 때 노조와 사전 합의하도록 했다. 구청이 조직을 개편하기 위해 조례를 고치려 할 때나 공무원을 충원하려 할 때에도 미리 노조 동의를 받도록 했다. 반대로 노조가 원해서 부서 정원 확대를 요구할 때에는 구청은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다.

단협과 별도 합의문에 인사위원회·승진심사위원회에 각각 노조가 추천하는 사람을 위원으로 한두 명씩 참여시키고, 노조가 지목한 특정인은 인사·노무 업무에서 배제한다는 내용도 있다. 5급 승진 대상자의 범위는 노조와 협의하고, 노조가 '베스트 공무원'으로 선정한 사람은 인사에서 이익을 준다는 내용도 있었다. 법적 근거가 없는 휴무를 주도록 하는 내용도 있었다. 노조원의 자녀나 형제자매가 입대하는 경우 노조원에게 이틀 휴가를 주도록 했고, 매년 5월 1일에는 모든 노조원에게 '노동절 특별 휴가'를 주도록 했다. 공무원은 노동절 휴무 대상이 아니다.

노조 회의나 상급단체인 전국공무원노조·민주노총 회의 참가, 간담회·수련회·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 노조 선거 등은 근무시간 중에라도 근무를 빠지고 참석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노조가 구청과 단체교섭을 할 때 여기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단지 참관이나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단체교섭장에 가는 것도 근무 시간 중에 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조가 지목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구청이 "업무 부담을 최소화하는 등 조합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조항도 발견됐다. 사실상 일을 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고용부는 이런 조항들이 모두 위법이라고 보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송파구청 단협에 대한 시정 명령을 의결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노동위원회가 승인하면 고용부는 노조에 이 단협을 고칠 것을 명령하게 된다. 노조가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노조가 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시간을 끌 가능성도 있다. 송파구 공무원노조는 "단협의 이런 내용들은 지난 20년간 유지돼온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다수의 지자체가 송파구처럼 공무원노조와 위법한 내용의 단협을 맺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는 전국 지자체에 공무원노조와 위법한 단협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고 안내하는 한편, 다른 지자체의 단협 내용을 검토해 위법한 부분이 있는 경우 시정 명령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고자 : 김경필 기자
본문자수 : 1982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