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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금' 490억중 일부 행방 묘연… 정관계 로비 등에 썼을 가능성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사진)씨가 자신이 실소유주인 천화동인 1호에서 꺼내간 490억여 원 가운데 33억여 원의 행방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애초부터 절반쯤은 현금으로 가져갔고 나머지도 수표로 받아가 돈세탁을 하는 바람에 자금 흐름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돈이 정관계 로비 등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 추적해 왔지만 김만배씨가 입을 다물면서 수사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만배씨는 2019년 5월~2020년 11월 천화동인 1호에서 7차례에 걸쳐 총 490억2800만원을 인출했다고 한다. 회계상으로는 '장기 대여금'으로 처리됐다. 김씨의 '장기 대여금' 가운데 457억여 원의 종착지는 검찰이 이미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67억원은 김씨 등이 대장동 사업을 하면서 천화동인 1호에서 빌렸던 돈 중에 먼저 만기가 돌아온 채무를 상환하는 데 썼다고 한다. 다른 152억원은 대장동 분양 대행업자 이모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고마운 동생"이라고 한 최우향 전 쌍방울 부회장에게도 20억원이 건너갔다고 한다.

문제는 자금 흐름이 파악되지 않고 있는 33억여 원이다. 김씨는 2019년 5월 천화동인 1호에서 17억2800만원을 세 차례로 나눠 수표로 인출했다고 한다. 이 돈은 환전상 5명을 거쳐 현금으로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20년 4월 이후에도 15억8450만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5만원권 지폐로 인출했다고 한다. 당시 은행 직원들이 "많은 현금을 이렇게 자주 찾아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초기 수사팀이 2021년 11월 이 돈의 존재를 포착했고 현 수사팀도 추적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고 한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자금 추적이 안 되는 현금은 로비 용도인 경우가 많다"면서 "검찰이 김씨의 입만 쳐다볼 게 아니라 다른 관계자 진술이나 물증을 잡아야 돈 흐름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구속 기간 만료로 출소 상태인 김만배씨에 대해 이날 범죄 수익 은닉, 증거 인멸·은닉 교사 등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김씨가 대장동 범죄 수익 340억원을 숨기고 대장동 사건의 증거가 저장된 휴대전화를 불태우라고 다른 사람에게 시켰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기고자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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