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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20만원 월세가 100만원
관악구 40만원서 100만원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최근 집값·전셋값이 동반 하락하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 월세는 2년 전에 비해 30% 가까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진 대출 이자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더 유리해지자, 무주택자들이 전세 대신 월세 시장으로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14일 본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계약된 서울 아파트의 월세는 직전 계약 대비 평균 27.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세입자와 재계약을 한 사례 중 월세가 100만원 이상이고, 보증금은 거의 변동이 없는 거래 314건을 분석한 것이다. 보증금을 대거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5000만원 넘게 인하)와 임대료 인상이 5%로 제한되는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계약은 제외했다.

분석 결과, 송파구 '헬리오시티' 84㎡(이하 전용면적)에선 월세가 20만원에서 100만원(보증금은 6억3000만원으로 동일)으로 5배로 오른 사례가 있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푸르지오' 84㎡는 2년 전 보증금 4억6000만원, 월세 40만원이었지만, 지난달 보증금은 그대로, 월세는 100만원으로 올린 금액에 계약서를 썼다. 노원구 '동진신안아파트' 134㎡는 보증금이 5억7000만원에서 6억원으로 올랐고, 월세도 63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뛰었다. 이 같은 월세 인상은 전셋값 하락과 비교된다. 한국부동산원이 표본 아파트의 시세 기준으로 조사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2년간 4.3% 하락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전문위원은 "대출 금리 급등으로 이자보다 월세를 내는 게 유리해지다 보니 수요자들이 월세로 몰린 것"이라며 "집값 급락으로 인한 '깡통 전세' 우려도 월세 수요를 부추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로 좁혀봐도 주요 부동산 가격 지표에서 유일하게 상승한 것은 월세다. 부동산원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작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7.7%, 전세 가격은 10.11% 하락했지만 월세는 0.45% 올랐다. 매매와 전셋값이 동반 급락하는 와중에 월세는 강보합세를 지킨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도 올랐다. 작년 1월 4.2%에서 11월 4.4%로 상승했다. 보증금 1억원을 낮출 때, 예전엔 월세를 35만원 더 내면 됐지만, 이제는 약 37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도 월세 가격 강세를 부추긴 요인이다. 작년 12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9241건으로 2년 전(6201건)에 비해 49%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도 36.4%에서 49.8%로 높아졌다. 월세 물량의 소진 속도도 빠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이날 기준 7만9761건으로 3개월 전에 비해 7.4% 줄었는데, 전세(-6.5%)에 비해 월세(-9.1%)의 감소 폭이 훨씬 컸다. 월세가 그만큼 빨리 나갔다는 것이다.

성동구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 이자 부담이 워낙 크다 보니 월세 매물은 금방금방 소화가 된다"며 "반면 전세나 매매는 찾는 손님이 잘 없고 문의가 있어도 가격을 확 낮추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월세 가격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정부가 대출 금리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 만큼, 금리 급등에 따른 월세 강세 현상이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월세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월세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높은 전세 보증금을 부담하는 대신 외국처럼 월세를 내고 살려는 이들이 많다"며 "월세 선호 현상이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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