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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출신의 노부스 4중주단, 작년부터 현악 4중주 전곡 연주회

노부스 4중주단은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선후배들이 의기투합해서 결성한 실내악단. 이들에게는 아이돌 그룹과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국내외 무대를 가리지 않고 활동한다. 둘째로 남성 4인조인 멤버 모두 팀과 솔로 활동을 병행한다. 마지막으로 '슈트발'(양복 매무새)이 빼어나다는 점이다. 2008년 오사카 콩쿠르 3위를 시작으로 2012년 독일 뮌헨 ARD 콩쿠르 2위와 2014년 모차르트 콩쿠르 1위까지…. 한국 음악인들이 독주(獨奏)뿐 아니라 합주도 능하다는 걸 입증한 팀이기도 하다.

이들이 실내악의 준령(峻嶺)으로 불리는 베토벤 현악 4중주 전곡(16곡) 등정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5차례의 전곡 연주회가 오는 17일 예술의전당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는 것. 지난 2020년 멘델스존 4중주 전곡 연주를 시작으로 2021년 쇼스타코비치와 브람스 4중주 전곡까지 험난한 산악 등정처럼 주요 작곡가들의 실내악을 완주한 저력의 팀이다.

지난 11일 네 번째 전곡 무대에서도 이들의 강점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초기작인 현악 4중주 2번, 중기작인 8번, 후기작인 12번을 골고루 안배, 한 무대에서 작곡가의 음악적 변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청년·중년·말년의 베토벤을 모두 그려야 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에게는 험난한 도전이지만, 거꾸로 관객 입장에서는 안성맞춤의 '세트 메뉴'가 됐다.

팀의 리더인 제1바이올린과 보좌역인 제2바이올린을 고정하지 않고 두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번갈아 맡는 민주적 운영 방식도 이 팀의 특징. 이날도 현악 4중주 2번은 김영욱이 제1바이올린을 맡았지만, 8번과 12번에서는 김재영이 그 자리에 앉았다. 미국 최정상 에머슨 4중주단 정도를 제외하면 해외 음악계에서도 보기 드문 경우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은 "전곡 연주회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역할을 나누는데, 실은 맡기 싫은 곡을 서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웃었다.

이번 베토벤 시리즈에는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당초 출발점으로 잡았던 지난해 6월 첫 연주회를 앞두고 비올리스트 김규현이 낙상(落傷)으로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다쳤다. 이 때문에 전곡 연주회도 두 달간 연기됐다. 그는 "입원 수술을 받고 한 달 만에 복귀했지만, 죄인이 된 것처럼 다른 멤버들에게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할까. 예술의전당에서 이들의 베토벤 연주회 준비 과정과 리허설, 스튜디오 연주 등을 모두 촬영해서 별도의 영상물로도 제작할 계획이다. 17일 마지막 베토벤 무대를 앞두고 있지만, 이들은 "벌써 몸이 근질근질하다. 다음 음반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노부스(novus)는 본래 '새롭다'는 뜻의 라틴어지만, 이들의 말을 듣고 나니 활동 16년의 '장수 아이돌'만 같았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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