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구직은 늘고, 구인은 줄고… 역전된 알바 일자리 미스매치

코로나로 떠났던 알바생(아르바이트생)들이 돌아오고 있다. 단기 계약직 노동시장에 변화가 포착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커피숍은 작년 4~10월 극심한 구인난을 겪었다. 아르바이트생 채용 공고를 올려도 지원자가 한두 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채용 공고를 올렸더니 지원자가 20명 가까이 몰렸다. 인근 다른 커피숍도 사정은 비슷했다. 작년 초만 해도 채용 공고를 열흘 넘게 띄워도 지원자가 하루 한 명도 없어 애를 먹었는데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황모(67) 사장은 "사흘 만에 지원자가 40명 가까이 몰렸다"면서 "아무나 뽑았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괜찮은 알바생을 잘 골라 뽑을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코로나 유행 시기 알바 시장은 빈사 상태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알바 지원자들이 외부 활동을 꺼리자 구인난(難)이 심각했다. 알바 일자리가 줄었지만 구직자가 그보다 더 많이 줄면서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코로나 유행이 잠잠해지고 거리 두기 제한이 대부분 풀리면서 이젠 그 추세가 역전되고 있다.

13일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 알바천국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는 작년 10월부터 마이너스(전년 동월 대비)로 전환했다. 알바 자리가 채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작년 1월만 해도 1년 전보다 53% 늘어나 구인난이 심상치 않았는데, 이후 점점 줄어 10월부터는 남은 알바 자리가 많지 않아진 것이다. 지난 1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11%를 기록했다.

반면 알바를 찾는 구직 수요는 늘고 있다. 작년 1월 전년 동월 대비 -4.1%였던 알바 지원은 2월 +3.6%로 추세 전환이 이뤄졌고, 9월엔 55.6%로 급증했다. 이후 지난달까지 비슷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남동 한 PC방은 작년 12월 알바생 공고를 올렸는데, 사흘 만에 20명 가까운 지원자가 몰렸다. 1년 전보다 지원자가 배로 늘었다. 서울 다른 PC방 업주도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면접까지 보고 나서 '부모님이 (코로나 감염 우려로) 안 된다고 하신다'며 취소한 경우도 많았다"며 "이번에는 3~4일 만에 지원자가 6명 왔다"고 했다.

'알바생 귀환'은 일차적으론 코로나로 인한 외출 공포가 사라진 점이 작용했다. 다음으로는 코로나 시절 위축됐던 소비 심리가 살아났다는 부분이 꼽힌다. 작년 9월부터 알바를 다시 시작한 대학생 하모(24)씨는 "코로나 때는 밖에 잘 안 나가 돈 쓸 일도 별로 없었고, 감염 위험을 감수하며 굳이 알바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며 "지금은 콘서트도 다시 열리고, 해외 여행도 가려면 용돈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생 김모(22)씨는 "작년 2학기부터 대면 강의가 시작되면서 학교도 가고 친구들과 밥도 먹고 하다 보니 지출이 한 달 40만원 이상 늘었다"고 했다.

물가 상승에 따라 추가 수입이 필요해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작년 10월부터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대학생 이모(25)씨는 "도시락 하나만 사먹어도 이젠 7000원 넘게 줘야 하는데 알바를 해서 생활비에 보태야 한다"고 했다. 수능을 마친 고교 졸업생들도 올해는 알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장모(25)씨는 "코로나 전에는 어렵지 않게 편의점 알바를 구했는데, 이번엔 지원서만 20장을 넘게 써서 겨우 자리를 얻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알바 구인난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 한 햄버거 가게 사장은 "이전에 채용 공고를 올리면 2~3일에 한 번 연락 오던 게 이젠 하루에 한 번 오는 정도이지 아직도 사람 구하기가 전 같지 않다"고 했다. 반면 알바천국 담당자는 "알바 지원이 늘고, 공고는 줄어드는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에도 본격적으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알바천국 구인 공고·지원 수 증감 기고자 : 곽래건 기자 조수빈 인턴기자(성균관대 사회학4)
본문자수 : 193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