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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저희 같은 행동주의 펀드는 예전 같으면 시끄럽게 군다고 비난받고 진압당했겠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주주들의 목소리와 이익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이창환(37)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10일 본지 인터뷰에서 "다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생각하는 일들도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요즘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행동주의 펀드다. '한류'의 개척자로 불리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를 총괄 프로듀서에서 물러나게 한 SM 사태를 촉발시켰고, 국내 7대 금융지주에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정책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SM의 경우 1% 지분을 가진 얼라인을 중심으로 소액주주들이 뭉쳐 지난해 3월 감사가 교체됐고, SM에 변화를 몰고 왔다. 작년 초 7만원대였던 SM 주가는 11만원을 넘어섰다. 인터뷰를 한 지난 10일 BTS 소속사인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중 14.8%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SM 주가는 16% 급등했다.

올 초 얼라인은 "국내 은행주의 만성적인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금융지주들에 배당 확대를 요구했고, 금융지주들은 줄줄이 주주환원율(순이익 중 주주의 이익을 위해 쓰는 돈)을 30%대로 끌어올렸다.

이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를 거쳐 세계 3대 사모펀드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서울사무소에서 일했다. 오비맥주 매각 등 수조원대 거래를 성사시켰고, 2021년 얼라인을 창업했다. 현재 9명의 직원을 두고 있고, 3000억원 정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제 목표는 이익 추구"라고 했다. 그는 "사회 운동을 하거나 정의 구현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에 투자해서 가치를 높이고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했다.

―SM 문제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지각변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지난해 SM을 상대로 행동에 나설 때 1조6000억원 정도인 SM의 시가총액을 3조원 정도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기업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은 다른가.

"주주들의 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사회가 대주주만을 위한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소액주주들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힘들다. 대법원 판례가 '이사가 회사에 손해만 안 끼치면 주주에게는 손해를 끼쳐도 책임이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월급 주는 우리 집 관리인이 집을 부셔도 손해배상 청구를 못 하는 상황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필요한 이유다."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가.

"현실적으로는 외국인 지분이 많은 금융회사 같은 경우에 외국인 사외이사를 2명 정도 두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고 본다. '거수기' 가능성도 덜하고, 새로운 목소리가 더 나올 수 있다. '3%룰(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 타깃을 금융회사로 정한 까닭은.

"주주 환원을 너무 하지 않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싶다. 사실 주주들이 적극적이지 않으니 경영진 입장에서 배당 등을 굳이 늘릴 이유가 없었다. (배당을 자제하라는) 금융 당국의 요청도 있어 조심스러웠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이제는 은행이 버는 돈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주 환원에 더 쓸 때가 됐다."

―금융사가 배당 등을 늘리면 지분율이 높은 외국인만 돈 벌어간다는 주장도 있는데.

"외국인은 한국 기업에 투자해서 돈 벌면 안 되나. 한국 사람들도 외국에 투자 많이 하고 국민연금이 해외에 투자한 돈도 수백조에 달한다. 애플·테슬라 투자해서 돈 벌면서 외국인 돈 버는 게 기분 나쁘다며 '내로남불'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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