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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동주의 펀드가 쏘아 올린 지배구조 문제가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판을 뒤흔드는 결말로 치달으면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상장사들에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분율이 1%에 불과했던 얼라인파트너스가 불붙인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은 결과적으로 창업주이자 최대 주주였던 이수만씨를 쫓아내는 격이 되었죠. 내달 주주총회에서 SM-카카오 연합군과 하이브의 세(勢) 대결이 예상됩니다.

이번 사태는 터널링(지배주주가 내부거래를 통해 회사 자산을 빼돌리는 행위) 문제를 지적한 얼라인의 주주제안에서 비롯됐습니다. 지금 비슷한 문제가 제기된 기업이 한둘이 아니고, 갈수록 이런 감시의 눈길은 더 매서워지는 추세입니다.

대신경제연구소 산하 한국ESG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최근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제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합니다. 2021년에 기관들의 주주제안 반대율이 29.8%였는데, 지난해엔 24.0%로 줄어든 것이지요. 기권을 빼고 본 찬성률은 같은 기간 63.6%에서 71.9%로 확 올랐습니다. 예전엔 주주제안이 배당을 더 달라는 등 일회성 요구에 그쳤다면, 최근엔 기업 가치나 지배구조 전반을 개선해달라는 요구 등으로 한 차원 높아지는 게 특징입니다. 기관투자자들도 주주제안에 반대할 명분이 줄어든 것이죠.

우리 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기관인 국민연금도 최근 주주로서의 책임감 있는 의결권 행사를 뜻하는 '스튜어드십'을 강조하는 만큼, 직접 의결권 행사뿐만 아니라 위탁기관을 통한 적극적인 주주권 활동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요즘 기업들에서 밀려드는 자문 요청을 소화하느라 무척 바쁘다고 합니다. 그만큼 국내 상장사들이 얼마나 허술한 지배구조를 꾸려왔는지, 또 주주 가치 제고엔 얼마나 소홀했는지 말해주는 것이겠지요. 이번 SM 사태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고, 때로는 '약탈적 기업 사냥 행위'로 평가절하되던 주주 행동주의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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