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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재정소요 급증에 '추경 공방'

연초부터 재정 소요가 급증하자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두고 정부와 야당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국가재정법상 전쟁, 재해, 대규모 실업 등이 있을 때 추경 하라고 돼 있기에 현재로서 추경을 고려할 때도, 타이밍도 아니다. (지금 추경은) 재정의 'ABC'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라며 추경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5일 "난방비·전기료·택시비 등 각종 민생 부담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30조원 추경을 조속히 협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새해가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추경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중·후반에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정부가 올해 경제를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전망하고 상반기에 재정을 미리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쓸 돈을 미리 끌어다 쓰는 것이어서, 나중에 쓸 돈이 부족해지면 추경이 필요해질 수 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현재 물가가 최우선이고, 물가가 안정될 하반기쯤 추경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에너지 가격 급등, 취약층 지원 필요

현재 정부 재정 지원이 시급한 분야는 에너지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물가 상승세는 꺾이고 있지만, 한국은 거꾸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작년 12월 38개 회원국의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8.4%로 작년 11월(23.8%)보다 줄었다. 작년 6월(41.2%) 정점을 찍고 6개월 연속 둔화세다. OECD 에너지 물가는 전기·가스요금과 휘발유·경유 등 기름 값을 포함한다.

반면 작년 12월 한국의 에너지 물가는 1년 전보다 14.3% 올랐다. 상승 폭이 작년 11월(13.3%)보다 오히려 커졌다. OECD 회원국 중 12월 에너지 물가 상승률이 전달보다 높은 나라는 한국·일본·헝가리·스웨덴 등 4국뿐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물가는 올 들어서도 오르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한국의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15.4%로 상승 폭이 더 확대됐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기존 118만 에너지 바우처(이용권) 지원 가구를 대상으로 지원 규모를 두 배로 올리는 대책을 내놨다. 바우처 지원에 예비비 1000억원, 기존 예산 이전 800억원 등 총 1800억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난방비 지원 요구는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에너지 요금은 추가 인상을 해야 해서 이에 따른 취약층 재정 지원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책 초점, 물가 안정에서 경기 대응으로 바뀌나

정부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올해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제시해 작년 11월 전망(1.4%)보다 0.3%포인트 낮췄다. KDI는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한 수준에 그치거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의 회복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상반기 경기 방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예산 638조7000억원(총지출 기준) 중 60%인 383조2000억원 이상을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부양 노력에도 하반기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추경 카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추 부총리는 "5월, 6월 지나고 추경 이야기를 꺼내면 꺼내는 것"이라며 하반기 경기 상황이 보다 명확해지고 나서 추경 논의가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물가도 변수다. 추경 조건으로 물가 안정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는 "아직은 물가 안정 기조를 흐트러뜨려선 안 된다"면서도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하다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대응) 쪽으로 턴(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년 동월 대비로 1월 5.2%를 기록한 물가 상승률이 서서히 진정돼 상반기 중에는 4%대로 내려가고 하반기로 갈수록 3%대까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가가 4% 아래로 내려가면 적극적 경기 대응을 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래픽] 주요 국의 에너지 물가 상승률 기고자 : 최형석 기자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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