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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화물운송자격증 인기… 취득자 5년새 20% 늘어

지난달 31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한 자동차 검사소의 '화물운송종사 자격증' 시험장 앞엔 대학생쯤 되는 20대 청년부터 머리가 희끗한 중년까지 다양한 사람이 유튜브 강의가 나오는 휴대전화 화면에 시선을 꽂은 채 서성거리고 있었다. 일부는 '올바른 택배 운송장 부착 방법' '운송 사업자 허가 절차' 등을 읊조리며 한참 공부한 걸 되뇌기도 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이들처럼 화물 운송 자격증을 따려고 나서는 이가 늘고 있다. 국가 공인인 이 자격증이 있어야 '택배 기사'나 '개인 용달 기사' 등 사업용 화물차 운전기사로 일할 수 있다. 자격증을 따려면 2종 보통 이상 운전면허를 가지고 2년 이상 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이 운전적성정밀검사와 필기시험을 거쳐 8시간의 온라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로켓 배송' '새벽 배송' 등 편리한 배송 서비스가 대거 도입되고,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그런 수요도 가파르게 늘었는데, 불황이 짙어진 것을 계기로 미래가 불안한 사람들이 혹시 모를 실직이나 '투잡'을 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이 자격증을 따놓으려고 하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나이나 직업 유무와 무관하게 다양한 사람이 도전 중이다. 12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작년에만 7만2257명이 화물 운송 자격증을 발급받았다. 5년 전인 지난 2017년보다 20% 넘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31일 시험장에서 만난 서모(39)씨는 현재 한 중소기업에서 영업직으로 일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하지만 그는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자격증 공부를 해왔다고 한다. "용달을 하는 친구에게 수입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라도 진출하려 자격증을 따러 온 것"이라고 했다.

인천에 사는 박모(47)씨도 한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지만 지난달 말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땄다. 그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수입은 물론이고 고용도 불안하다고 느꼈다"며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데, 수입이 끊기면 곤란하니 바로 쿠팡 등에서 택배 기사를 할 수 있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등에서는 "배송 기사가 힘들지만 열심히 하면 월 500만원 정도를 안정적으로 벌 수 있다"는 경험담 등이 알려지고 있다. 수도권에 사는 30대 초반 군인 A씨는 높은 급여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를 계기로 운송 기사 급여 수준이 크게 좋아졌다고 들었다"며 "언제든 택배 기사로 갈아탈 수 있게 자격증을 따뒀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온 가족이 함께 운송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경기 성남시의 한 IT 기업에 다니는 박모(47)씨는 '노후 대비용'이라고 했다. 그는 "현업을 떠날 때가 되면 무작정 몸을 쓰는 일은 어렵고, 차를 몰며 장거리 운송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년 12월 자격증을 땄다"고 말했다.

현재 택배 기사로 일하는 사람들도 이런 변화를 느끼고 있다.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사람이 운송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 택배 배송 대리점의 이성훈(39) 이사는 "코로나 이전만 해도 잠깐 일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수익이 괜찮다는 인식 때문인지 오래들 버틴다"며 "특히 젊은 기사들이 많이 늘었고, 전체 기사 중 30%는 투잡"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자격증이 남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2년 이상 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이 1~2주가량 온라인 강의나 문제집을 보면서 공부하면 큰 어려움 없이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것이다. 안모(61)씨도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한 후 작년 11월에 운송 자격증을 따고 요즘 파주 일대에서 1t 트럭으로 배달을 한다. 그는 "기사들이 늘어나면서 요즘은 콜 하나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하루에 300㎞를 달려도, 물건을 싣지 않은 '공차'인 상태로 다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손에 들어오는 수입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고 했다. 기고자 : 강우량 기자 김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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