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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글릭 지음ㅣ양병찬·김민수 옮김ㅣ동아시아ㅣ756쪽ㅣ4만4000원

"비열한 딕, 이 망할 놈의 추잡한 파인먼과 사귀는군요. 그놈은 당신과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 겁니다. 그 자식한테 당신이 임신했다고 말하세요. 금방 300~500달러가 생길 테니까요." 여기서 파인먼은 노벨상 수상자인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1918~1988)이고, 이 편지는 파인먼의 애인이 또 다른 옛 연인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현대 과학의 위대한 이정표로 칭송받는 파인먼의 시시콜콜 개인사를 수집해 한 인간의 복원을 시도한 책이다. 파인먼은 첫사랑 알린과 사별한 뒤 여성 편력을 이어갔다. 알린에게 쓴 편지는 그러나 방황의 이유를 짐작케 한다. "나도 많은 여자들, 아주 괜찮은 여자들도 만났지. 혼자이긴 싫으니까. 하지만 두세 번 만나보면 이들은 모두 잿더미같이 느껴져."

학자로서의 면모도 담겼다. 대재앙으로 모든 과학 지식이 사라진 후대에 단 한 문장만을 남길 수 있다면? 파인먼의 대답은 이것이었다. "만물은 원자들로 구성돼있는데 원자란 끊임없이 움직이는 미세한 입자를 말하며 이 입자들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으면 서로 잡아당기지만 너무 바짝 다가서면 서로 밀치는 성질이 있다."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면 엄청난 정보라는 부연과 함께. 기고자 :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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