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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월가의 '돈줄' 차단＂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안보 위협에 맞서 군사·안보와 관련된 중국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미 자본 투자 규제를 확대하기로 하고 구체적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 시각) 미 정부가 중국의 대외 군사·정찰 관련 활동이나 인권 탄압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AI), 첨단 반도체 등에 대해 미국 민간 기업과 월가 투자사들의 투자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의 규제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기존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이어 월가 자금의 중국 유입을 차단하는 이 방안은 이르면 두 달 안에 발표될 전망이다.

이는 미 연방 의회가 초당적으로 백악관을 압박한 결과로, "정부가 적절한 투자 규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의회가 독자적인 규제를 추진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재무부는 유럽연합(EU) 등 주요 동맹들에 이 같은 미국의 조치와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물밑에서 정책 방향을 설명하며 협의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맥신 워터스 민주당 의원은 "우리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월가가 우리 경제에 피해를 끼치는 방식에 투자하거나 중국 정부의 적대적 행동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통해 미 정부로부터 투자 관련 세액공제나 지원금 등 반도체 관련 지원을 받은 미 기업은 10년간 중국 공장에 첨단 시설 투자를 금지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오는 23일 미국의 기술 우위 유지와 국가안보 보호를 위한 반도체법 활용 계획에 대해 행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방안은 이 같은 1차 첨단기술 규제에 이어 각 분야로 규제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미 관료들은 당초 중국 바이오기술 분야 투자 제한까지 검토했으나 일단 이번 규제 발표에선 제외됐다. 바이오기술 분야는 장기적 차원에서 미국 자금 차단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한 해 중국 기업이 빨아들인 달러 투자금은 110억달러(약 13조9000억원)이다. 미 자본의 총 해외 투자 규모가 총 1조5000억달러(약 1900조원)임을 감안하면 큰 액수는 아니지만, 미국 돈줄에 의존하면서 미 시장 진출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중국 기술 스타트업들엔 이 같은 규제 조치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제너럴 애틀랜틱·세쿼이아 등 미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성장했다. 블랙스톤과 KKR, 칼라일 그룹 등 월가 투자사들은 중국에서 연 3000건에 달하는 투자 계약을 맺고 있다.

미 재계 일각에선 이런 민간 자본의 중국 투자 제한이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과 경쟁하는 제3국들이 대중 투자에 제약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미 기업·투자사들의 발만 스스로 묶고, 중국발 혁신 기술이 미국에 유입돼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경로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고자 :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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