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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물가 이중고… 가계대출 19년만에 최대폭 줄어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줄었다. 대출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냉각의 영향으로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대출 상환을 서두르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주택담보대출은 작년 말 960조원에서 지난 1월 말 959조4000억원으로 6000억원 감소했다. 주담대가 줄어든 것은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주담대를 포함한 국내 금융사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1609조원으로 작년 말(1617조원)보다 8조원가량 감소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1% 감소했는데, 감소 폭이 지난해 11월(-0.3%)이나 12월(-0.5%)보다 커졌다. 은행 가계대출도 1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첫 감소

주담대 중에서는 전세 대출이 1조8000억원 줄었다. 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도 6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 같은 정책 상품이 은행에서만 1조7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체 주담대 감소 폭이 줄어들었다.

윤옥자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대출 금리가 높아졌고, 부동산 경기는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한 경향이 있다"고 했다. 다만 재개발·재건축 사업 관련 이주비·중도금 대출도 계속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 이사철이 되면 지난달보다는 전세 자금 대출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줄어들지는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윤 차장은 "대출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역시 전세 자금 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기타 대출은 지난달 7조4000억원 줄었다. 신용 대출이 5조2000억원 감소했다.

전체 가계 대출을 금융 업권별로 보면 은행과 2금융권에서 모두 감소했다. 특히 은행 가계 대출은 1056조6000억원에서 1052조원까지 4조6000억원가량 줄어들며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4년 1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특별한 대외 요인만 없으면 금리가 떨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거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견해"라면서도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작년 이전 수준까지 내려가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보니 대출자들 사이에서는 '당장 불어난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심리가 지배적인 것 같다"고 했다.

◇가계는 이자·물가 이중고… 한은 기준금리 두고 고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반등한 것도 가계에는 부담이다. 1년 전 같은 달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까지 올랐다가 연말에는 5% 수준까지 내려왔었는데, 지난달에는 상승률이 5.2%로 다시 높아졌다. 전기·가스·수도 요금 인상과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공공 요금 인상 등을 고려해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3.2%에서 3.5%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KDI는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소득 감소 등을 고려해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3.1%에서 2.8%로 끌어내렸다. 다만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유지했다. 상반기 전망치는 1.4%에서 1.1%로 낮추면서도, 하반기 전망치는 2.1%에서 2.4%로 높였다.

올 들어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높인다고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고, 여전히 막대한 규모인 가계부채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다만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 환율 등에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 부분을 예의 주시하며 금리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KDI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게 되는 상황을 올해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래픽] 은행권 가계 대출 증감액

[그래픽] 전체 금융권 주택 담보대출 증감액 기고자 : 홍준기 기자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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