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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발 연기인가 아닌가. 사람들이 계속 묻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한국 SF영화 '정이' 이야기다. 강수연의 유작이다. 강수연은 2022년 5월 7일 사망했다. '정이'는 올해 1월 20일 공개됐다. 완성 전 세상을 떠난 사람의 영화를 보는 기분은 조금 복잡하다.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마다 슬프다. 동시에 응원하게 된다. 그가 최고의 연기자라는 사실을 마지막까지 증명했다는 증거를 기어이 보고 싶어서다.

'정이'를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강수연 연기가 역할에 잘 붙지 않았다. 한국 영화는 배우에게 연기를 '폭발'시킬 순간을 하나쯤은 주게 마련이다. 그걸 기다렸다. 마지막 장면에서 강수연이 폭발했다. 화력이 약했다. 마지막으로 걸친 옷이 어쩐지 좀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강수연은 오래 영화계를 떠나 있었다. '정이' 이전 마지막으로 주연을 맡았던 영화가 '달빛 길어올리기'(2007)다. 그건 임권택과의 의리로 출연한 영화였다. 사실상 마지막 히트작은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와 드라마 '여인천하'(2001)다. 왜 계속하지 않았냐고? 많은 이유가 있다만 당연히 성별의 장벽도 있다.

중년 여성 배우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날이 온다. 과거의 영광 속에 침몰하는 존재가 되거나 엄마가 되거나다. 영화평론가 주성철은 '정이'의 강수연 연기에 대해 "거의 유일하게 남성 스타들과 맞먹는 비혼 여성 캐릭터로 남아 있었다. 거꾸로 그래서 그 긴 시간을 단절된 상태로 보냈을지 모른다"고 썼다.

남성 배우는 계속 비혼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 여배우는 그럴 수가 없다. 멋진 비혼 여성 캐릭터가 거의 없는 탓이다. 결국 억척스러운 엄마가 된다. 유지인, 이보희, 원미경 등 많은 동 세대 여배우가 선택한 길이다. 강수연은 그러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역할이 없자 연기를 멈췄다.

나는 '정이'를 보면서 강수연이 옛날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 OTT는 신작이 공개되면 배우의 대표작도 함께 공개한다. 덕분에 '씨받이'(1986)와 '경마장 가는 길'(1991)을 다시 봤다. 시대를 정의하는 걸작 속에서 강수연은 시대를 정의하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정이'에서도 같은 연기를 했다. 지난 20년간 예술적 방법론이 바뀐 것뿐이다. 손짓 하나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시대가 오자 강수연의 극적인 연기는 조금 낡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돌아오자면, 발 연기인가 아닌가. 나는 당신이 그만 좀 물어봤으면 좋겠다. 나는 한 경력 단절 여성의 새로운, 마지막 불꽃이 되어버린 시도에 대해서 평가할 입장이 아니다. 시도가 더는 이어질 수 없는 것이 애통할 뿐이다. 그리고 이 글은 구르지 않는 돌에는 이끼가 낀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쓰는 것도 아니다. 돌을 구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해할 댓글을 방지하려 굳이 내 글의 결론을 친절하게 21세기적으로 붙이고 있는 것은, 그렇다. 고인 물이 되지 않으려는 시도다. 기고자 : 김도훈 문화 칼럼니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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