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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일자리 넘쳐… 인플레 우려 재확산

"오후 2시 뉴욕에 처음 도착했는데, 두 시간 만인 4시에 시급 15달러(약 1만9000원)에 샌드위치 만드는 식당 일을 구했다. 노인 돌봄과 집 청소 등 일감이 넘쳐나 한 주에 1300달러(약 164만원)까지 번다."

최근 페이스북의 미국 이민자 정보방에 올라온 콜롬비아 여성의 경험담이다. 워싱턴DC 등 대도시에서는 중남미 출신 근로자들이 2년 전보다 50~60% 오른 일당 200달러(약 25만원)에 출장비와 교통비까지 챙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현지 시각) "미국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려고 이민자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며 전한 모습이다.

일자리가 많아 고용이 잘되면 기본적으로는 경제에 좋은 일이지만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심한 상황에선 임금을 끌어올려 물가를 더 상승하게 할 위험이 있다. "올해 두어 차례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겠다"고 예고한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글로벌 경제 변수 된 '미국 고용'

미국 고용이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3일 발표된 미 고용 보고서에 취업자 수(농업 제외)가 전망치의 3배 수준인 51만7000명이나 늘고 실업률이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나오면서 고용 시장 과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일하려는 사람보다 일자리가 지나치게 많으면 직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 등이 임금을 올리고, 올라간 임금이 수요·소비 확대로 이어지면서 물가가 또다시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고용 보고서 발표 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런 고용 폭발을 예상하지 못했다.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등 연준이 현재 예상보다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올해 기준금리 수준을 연 5~5.25%로 전망했다. 지금 수준(4.5~4.75%)을 감안하면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올리고 나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하지만 고용이 과열되고 임금까지 올라가 내려가고 있는 물가 상승률이 반등한다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진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쉽게 멈출 수 없다는 내부 인사들의 발언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9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우리는 더 먼 길을 가야 한다. 현재 일부 사람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오래,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행사에서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로 내려가도록 제한적인(긴축적인)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빅테크 기업은 대규모 해고

취업자 수 증가와 실업률 하락만 보고 고용 과열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저금리 호황을 누렸던 빅테크 기업 등에서 대규모 감원이 일어나는 등 고용이 악화될 조짐도 보이기 때문이다. 8일 '콘텐츠 제국'이라 불리는 디즈니는 7000명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아직은 임금이 올라갈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인플레이션 억제 측면에선 좋은 신호다. 미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4.4% 올라 전달(4.6%)보다도 상승률이 낮아졌다. 뉴욕타임스는 구인난이 심각한데도 임금이나 물가 상승률이 폭등하지 않는 것은 중남미 등에서 대거 유입된 이민자들이 미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기 때문이라고 8일 분석했다. 지난해 한시적 노동 비자 등을 발급받아 미국에 들어온 이민자는 730만명으로, 15년 만에 최대였다.

한편 조 바이든 정부는 오는 5월 코로나 비상사태가 종료되면 방역을 명분으로 시행한 불법 입국자 즉각 추방 정책 '42호'를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대법원에 통지했다고 CNN이 8일 보도했다.

[그래픽] 미국 취업자 수 증가 폭 기고자 : 뉴욕=정시행 특파원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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