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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이익 거둔 은행들, 대출금리는 조금 내려 '이자 장사'

"한국은행 기준 금리보다 못한 이자를 준다는데 예금할 맛이 나겠어요?"

작년 말부터 은행 예금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더니 주요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 금리(연 3.5%)보다도 낮아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대표 정기예금인 'KB스타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3.48%, NH농협은행의 '올원e예금'은 연 3.36%로 기준 금리를 밑돌았다. 은행의 주된 자금 조달 수단인 은행채 등 시장 금리 하락세를 반영한 것이라지만, 은행권이 대출 금리보다 예금 금리를 빠르게 내려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은행들의 1년 정기예금은 금리가 연 3%대 중반이었고, 2~3년 장기 예금은 1년짜리보다 오히려 금리가 낮거나 높더라도 불과 0.3%포인트 정도에 불과했다. 목돈을 넣을 은행 정기예금을 알아보는 중이라는 회사원 윤모(42)씨는 "작년 같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을 금리"라며 "차라리 주식에 넣는 게 나을 것 같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금리 최고 3.6%

8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1년) 대표 상품 금리는 연 3.36~3.6%로 기준 금리와 별 차이가 없다. 작년 11월 중순까지만 해도 연 5%를 넘겼던 금리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은행 예금 금리가 이렇게까지 꺾인 계기는 작년 말 금융 당국의 수신 금리 인상 자제령이다. 자금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은행으로 과도하게 자금이 쏠리는 것을 우려해 수신 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하자 은행권은 발 빠르게 예금 금리를 내렸다. 한은이 작년 11월과 지난 1월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준 금리는 오르는데 은행 예금 금리는 정반대로 움직여, 최근 들어 일부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한은 기준 금리에도 못 미치게 된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당국이 은행 금리에 개입한 것이 한은의 통화정책 효과를 상쇄한다"는 지적에 대해 "작년 하반기부터는 소비 위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가중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효과가 없어서 걱정이라 할 건 아니다"라고 했다.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정책적으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연초부터 금융채 등 시장 금리가 내린 것도 예금 금리 하락세의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1년 만기 은행채(AAA등급) 평균 금리는 연 3.561%로 석 달 전인 작년 11월 8일(연 5.104%)보다 1.543%포인트 떨어졌다. 조만간 기준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을 선반영해 은행채 금리가 먼저 움직인 것이다. 은행 입장에선 은행채보다 비싼 이자를 지급하면서까지 예금 유치에 나설 필요가 없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락 추세인 시장 금리(금융채)에 맞춰 예금 금리도 조정된 것"이라며 "과도한 폭리를 취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은행들은 대출 금리도 소폭 내리고 있지만, 예금 금리 하락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선 최근 예대 금리 차(대출 금리와 예대 금리의 차이)가 확대됐다. 작년 12월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가계 예대 금리 차는 전월 대비 각각 0.2%포인트, 0.04%포인트 벌어졌다.

◇일부 저축은행 한 달도 안 돼 금리 인하

전반적인 예금 금리 하락 분위기를 틈타 일부 저축은행도 금리를 낮추고 있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고금리 파킹통장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한 뒤 한 달 만에 금리를 내리는 곳이 잇따르고 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 1월 2일 연 4.3%였던 파킹통장 금리를 한 달도 안 된 1월 25일 연 4.1%로 내렸다. JT친애저축은행도 파킹통장 금리를 한 달 만에 0.4%포인트 내렸고, OK저축은행도 연 5.5%였던 파킹통장 금리를 2월 1일부터 연 5%로 인하했다. 갑작스러운 금리 조정에 소비자들은 “그간 고금리 예금은 미끼 상품이었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금융권이 이자 이익과 직결되는 예금 금리만 적극적으로 내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도 동반 하락하고 있지만, 아직 금리 갱신 주기가 도래하지 않은 차주들은 별로 체감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간 시차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래픽] 하락하는 은행채 금리 / 기준금리(3.5%) 밑으로 떨어진 주요 은행 정기예금 금리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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