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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연구원 분석… 퇴직 후 생계 위해 20년 더 일해야

정부는 최근 60세 정년 퇴직을 앞둔 근로자가 정년 이후에도 같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계속 고용'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도입한 '60세 정년제'도 의도와 달리 오히려 퇴직을 앞당기고 임금이 삭감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너무 서둘러 추진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65세 고용' 역시 충분한 논의 없이 도입하면 비슷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일본은 60세 정년제와 65세 계속 고용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20~30년에 걸친 노사합의를 통해 단점을 보완, 지금은 99% 기업이 이를 성공적으로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직속 싱크탱크인 국회미래연구원이 작성한 '정년제도의 정책과정: 한국과 일본의 비교 사례 분석' 등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서는 60세 정년제가 2016년 도입됐으나 근로자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시기는 정년제 도입 전에 비해 오히려 빨라졌다. 2012년만 해도 근로자들이 주된 일자리에서 평균 19년7개월 일하고 53세 퇴직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그 시기는 15년5개월·49.3세로 짧아졌다. 더 큰 문제는 퇴직 후 평균 72.3세까지 또 일자리를 전전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대부분 근로 환경이 떨어지는 곳이다. 다른 OECD 국가들은 평균 64.5세에 완전 은퇴하는데, 한국 근로자들은 '평생 직장'이라 생각했던 곳에서는 50세가 되기 전 퇴직하고, 그 뒤 20년 넘게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2016년 60세 정년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많은 한국 대기업들이 권고사직 등 방법을 동원해 고령 근로자들을 미리 내보낸 점을 거론했다. '60세 정년제'가 실제 고용 기간을 늘리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60세 정년제가 완전하게 도입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고령자고용법에 따르면, 정년제가 있는 직장은 반드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하지만, 정년제가 없는 직장까지 60세 정년제를 도입해야 하는 건 아니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93.8%가 정년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300인 미만 기업 79%는 정년제가 아예 없다. 60세 정년제 혜택은 주로 대기업과 공공 부문 근로자들에게 돌아갔고, 이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격차가 더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보고서는 60세 정년제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봤다. 예를 들어 회사가 기업 고령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면서 드는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년에 가까워지는 근로자의 임금을 어느 정도 삭감할 수 있게 하는 '임금피크제'를 병행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이런 임금피크제가 노사 합의 없이 강제·일괄 도입되는 곳이 나오면서 노사(勞使) 간은 물론, '노노(勞勞·고령 근로자와 다른 근로자)' 갈등까지 격화됐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이 '노사 합의 없이 정년 전 근로자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다른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까지 소송 대열에 합류할 분위기여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본은 근로자 31인 이상 기업 99%가 65세 계속 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76.4%는 60세 정년을 유지하면서도 더 일하기 원하는 근로자를 65세까지 재고용하고 있고, 20.9%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했으며, 2.7%는 정년제를 아예 폐지했다. 60세가 된 근로자의 85.5%는 같은 직장에 계속 다니고, 14.4%는 본인이 원해서 은퇴한다. 근로자가 원치 않게 퇴직하는 경우는 0.2%에 불과하다.

그 비결은 결국 충분한 논의 과정이라고 봤다. 일본은 60세 정년제를 1976년부터 1998년까지 2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도입했고, 65세 계속 고용 제도 역시 1990년 논의를 시작해 32년 만인 2021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했다. 또 한국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해당하는 '노동정책심의회'에서 노사 대표와 전문가들이 장기간 논의를 거쳤고, 일본 국회가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법을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정년 이후 계속 고용되는 근로자 임금이 기존 대비 75% 아래로 내려가면, 부족한 만큼을 보전해주는 지원책도 함께 시행했다. 이에 따라 노사가 쉽게 계속 고용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법이 노사 간 합의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혜윤 부연구위원은 "노사정이 합의할 수 있는 연속성 있는 회의체가 필요하고, 국회는 노사정 합의 결과를 토대로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기고자 :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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