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대법 ＂영장신청 경찰·제보자 심문, 수사기밀 유출 없다＂ 입장문 내
대검 ＂수사 지연, 기밀 샌다＂ 반박
법조계 ＂유력인사에만 좋은 제도＂

법원이 압수 수색 영장도 사건 관계인을 사전 심문할 수 있도록 한 대법원의 형사소송 규칙 개정안을 놓고 8일 대법원과 검찰이 공개 충돌했다. 개정안이 '수사의 밀행성'을 저해하는지에 대해 이날 대법원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자료를 내자 대검찰청은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는 반박 입장문을 내놨다.

지난 3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형사소송법의 하위 법령인 형사소송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 기일을 정해 압수 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58조의2 1항)' '검사는 심문 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58조의2 2항)'는 조항을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판사가 검사가 청구한 구속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영장실질심사를 여는 것처럼 압수 수색 영장에 대해서도 판사가 직접 당사자의 설명을 법정에서 듣고 영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바꾼다는 것이다. 시행되면 현재의 형사 사법 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내용이었지만 대검은 대법원이 그런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줄도 몰랐다고 한다. 대검은 입법 예고를 한 지 나흘이 지난 7일 언론 보도를 통해 이를 알게 됐고 급히 이원석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개정안을 놓고 '수사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자 대법원은 8일 오전에 자료를 내고 '수사의 밀행성 확보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대면 심리의 대상은 보통 영장을 신청한 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제보자 등이 될 예정"이라며 "일부 복잡한 사안에서 제한적으로만 실시될 것"이라고 했다. 주요 심문 대상이 범죄 혐의자가 아닌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기밀 유출 우려가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대검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대검은 이날 오후에 입장문을 내고 "압수 수색 영장 청구 사실과 내용이 사전에 공개되고 사건 관계인들에 대해 심문 절차가 진행되면 수사 기밀 유출과 증거 인멸 등 밀행성을 해치게 되고 수사 지연 등 신속하고 엄정한 범죄 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대법원 규칙 개정에 관해 사전에 어떠한 협의나 통지도 없었다"고 했다.

대법원 해명에도 법조계에선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압수 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는 압수 수색을 받을 수도 있는 돈 많고 힘 있는 수사 대상자들을 상대로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내세울 수 있는 영업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힘없는 일반 국민을 위한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기고자 : 허욱 기자
본문자수 : 1316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