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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80곳 돌아보니… 1년새 40곳 가격인상, 5곳은 폐업

서울 강남구 역삼역 근처 '임가네 민속집'은 다음 달부터 대표 메뉴인 평양만둣국 가격을 올리려 한다. 6500원이던 가격을 7000원으로 500원 올린 지 1년 만이다. 사장 유순희(73)씨는 "작년부터 야채 등 재료 가격이 오른 데다 다음 달부터 월세도 올려 줘야 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500원 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씨 식당은 콩나물무침, 깻잎장아찌 등 반찬이 다양하게 나와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선 꽤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야채 값이 오르면서 반찬을 다양하게 내기도 어려워졌다고 한다. 유씨는 "2만4000원 하던 깻잎 한 박스가 3만원까지 오르고, 식초도 1200원짜리가 지금은 2500원"이라며 "음식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본지가 8일 행정안전부에서 '착한가격업소(착한 가게)' 인증을 받은 서울 소재 식당 80곳을 확인한 결과, 절반인 40곳이 '임가네 민속집'처럼 최근 1년 사이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을 낮춘 곳은 한 곳도 없었고 아예 폐업한 식당이 5곳이었다. 착한가격업소 인증을 포기한 식당도 3곳이었다. 착한가격업소는 행안부가 주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장사하는 식당, 미용실 등을 조사해 인증하고 쓰레기봉투 제공, 수도 요금 감면 혜택 등을 주는 제도다. 서울시에 총 834곳이 있다.

영등포구 송백식당은 작년 10월 5년 만에 김치찌개 가격을 6000원에서 70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작년 추석을 전후해 배추 가격이 포기당 9626원(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기준)으로 전년 대비 69.4% 폭등한 후다. 사장 조명순(59)씨는 "손님들이 먼저 가격을 올리라고 했다"며 "주변 직장인들이 단골이다 보니 가격을 더 올리기도 미안하다"고 했다.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지하에 있는 4평 식당은 간판에 '순대국밥'이라 적혀 있지만 지금은 백반만 판다. 사장 유모(79)씨는 "국밥에 들어가는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 한 달 전쯤 6000원이던 국밥 가격을 1000원 올리자 손님들이 국밥은 안 찾고 5000원짜리 백반만 찾는다"며 "장사 16년 만에 국밥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착한 가게 식당 주인들은 인건비와 재료비 등 원가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송백식당 사장 조명순씨는 재료 값을 줄이려고 일주일에 네 번 새벽에 일어나 노량진 수산 시장, 인천 축산물 시장, 인천 농산물 센터를 돌며 직접 새벽 장을 본다. 중간 도매상을 거쳐 사는 것보다 20~25% 싸기 때문이다. 손칼국수 한 그릇이 4500원인 마포구 '홍두깨손칼국수'는 직원을 7명에서 5명으로 줄이는 대신 사장 이대섭(56)씨 부부와 아들, 딸 등 가족이 모두 식당 일을 돕고 있다.

올해 들어 오른 가스비는 착한 가게 주인들에게도 새로운 난관이다. 고등어구이를 8000원에 파는 강남구 '서희네' 사장 서서희(48)씨는 물 끓이는 데 드는 가스비라도 아끼려고 면장갑 위에 고무장갑을 끼고 찬물로 설거지를 한다. 서씨는 "삼치는 박스당 10만원이 올랐는데 가스비까지 골치"라고 말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음식 가격은 곡물 가격, 에너지 가격, 정부 정책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착한 가격을 유지하도록 가게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올해 신규 예산 15억원을 편성해 착한 가게 한 곳당 연간 지원 비용을 평균 45만원에서 85만원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 최근 1년 서울시 '착한가격업소' 80곳 가격 변동 / 최근 1년 가격 올린 주요 '착한가격업소' 기고자 : 김윤주 기자 김찬효 인턴기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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