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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텍大 특수용접과 30명 졸업중 8명 여성

오는 8일 졸업식을 갖는 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 특수용접과에 경사가 났다. 과 창설 이래 처음으로 27%(30명 중 8명)나 차지한 여성 졸업생들이 모두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전원 조기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한때 '금녀(禁女)' 분야로 여겨졌던 용접사 시장에 부는 '여풍(女風)'을 상징하는 현상이다.

이소라(29)씨도 8명 '용접 아마조네스' 중 하나다. 클라리넷 전공 음대 지망생이었던 그는 원했던 대학 진학에 실패하자 지방은행 계약직으로 일했다. 보수도 많지 않고, 창구에 앉아 일하는 게 지겨워질 무렵 에버랜드 아르바이트로 직업을 바꿨다. 하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외국계 샌드위치 전문점 직원으로 옮겼다. 어느 날 우연히 폴리텍대 졸업생 여성 용접사가 올린 블로그를 접하고 '이게 내 길이야'라고 직감했다. 그리고 입학원서를 쓰고 1년 과정을 마친 뒤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얼마 전 소방시설업체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이씨는 "여러 직업을 전전했지만 결국 기술을 배우는 게 답이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용접 아마조네스'들 면면은 다채롭다. 이씨처럼 클라리넷 연주자에서부터 삼성전자 생산직 직원, 게임 회사 상품 디자이너, 제약 회사 직원까지 있다. '인생 1막'을 마무리하고 용접사로 2막을 새 출발하는 순간에 놓인 여성들이다.

맏언니 격인 정이든(35)씨는 고교를 마치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생산직으로 8년간 일하다 퇴사했다. 월급은 적지 않았지만 일 자체가 너무 단조로웠다. 이후 미용사 자격증도 따고 스쿠버 다이빙 강사가 되기 위해 이집트까지 가 봤지만 천직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용접사 정보를 접하고 "손기술만 있으면 계속 일할 수 있고 금속에 불이 붙어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는 장면에서 희열을 느꼈다"면서 진로를 정했다.

폴리텍대는 고용부 산하 산업인력공단이 출연해 만든 직업 교육 전문 대학. 1년 과정은 학비가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남인천캠퍼스 특수용접과 정원은 30명. 매년 한두 명 수준이었던 여성 졸업생이 이번에 역대 최다인 8명이 됐다. "여성도 용접사에 도전할 만하고, 어정쩡한 경력보다 기술을 배우는 게 낫다"는 소문이 나면서 여학생이 급증했다. 올해 신입생도 30명 중 9명이 여성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이서현(25)씨,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뒤 제약 회사에서 품질보증 업무를 하던 이민영(30)씨, 수도권 4년제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던 국수현(28)씨 등 모두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대학 화학공학과 졸업생 김수정(26)씨,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게임 회사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김다솜(29)씨, 고교 졸업 후 식당과 카페·물류센터 등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 이지현(29)씨 역시 용접사로 인생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들 모두 반도체 배관 회사와 소방설비 업체, 가스배관 회사, 중장비 부속품 업체 취업에 성공했다.

이들은 "사무직으로 취업해봐야 회사를 얼마나 다니게 될지 알기 어려운데, 용접사는 일하면 오래 일하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몸을 써 일한다는 편견도 있지만 본인이 열심히 해 실력이 늘수록 대우가 좋아진다"는 점을 용접사 장점으로 꼽았다. "용접을 통해 접합 부위에 흔적이 남는 '비드(bead)'의 모습이 초보냐 숙련자냐에 따라 전혀 다른데, 비드를 잘 만드는 게 쇠로 하는 예술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용접사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용접 불꽃을 막기 위해 연습 때마다 가죽으로 만든 앞치마며 토시·발덮개를 해야 했고, 여름에는 땀으로 범벅이 됐다. 실습 과정에서 화상도 많이 입었다.

갑자기 늘어난 여학생들을 취업시키는 것은 학교로선 고민이었다. 우리나라 여성 용접기능장 1호인 박은혜(50) 남인천캠퍼스 특수용접과 학과장은 "섬세하고, 성실한 여학생들의 강점을 회사들에 설명해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등에선 배관 설비 등을 만들어야 해 용접사 처우가 좋고 수요도 많다"며 "몇 년 지나 경력을 인정받으면 보수가 대폭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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