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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바로크 음반 펴낸 조성진… 헨델 모음곡 등 새 음반에 담아

"왜 싫은지는 오히려 설명하기 쉬운데, 왜 좋은지는 힘드네요."

피아니스트 조성진(28)이 4일 영상 간담회 도중에 이렇게 말했다. 최근 펴낸 새 음반 '헨델 프로젝트'에 대해 말하던 중이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협연을 마치고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온 그는 독일 순회 연주회를 앞두고 영상을 통해 국내 취재진을 만났다. 역설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헨델과의 만남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는 살면서 처음 겪는 사건이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악보를 사서 이것저것 쳐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때 헨델 녹음도 생각했다"고 했다. 목소리 톤의 변화도 적고 속도도 느린 편이지만 조곤조곤 할 말을 빼놓지 않는 모습은 그대로였다.

이번 여섯 번째 음반은 그의 첫 바로크 음반이기도 하다. 왜 바흐가 아니라 헨델이었을까. 그는 "바흐가 지적(intellectual)이고 복잡한 작곡가라면 헨델의 음악은 선율적(melodic)이고 가슴에 와 닿는다"고 했다. 피아노의 전신(前身)에 해당하는 하프시코드 전문 연주자에게 조언도 구하고, 헨델 모음곡 전곡을 모두 쳐보기도 했다. 그는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 하루 7~8시간씩 태어나서 가장 많은 연습을 한 것 같다"고 했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때문에 '쇼팽 스페셜리스트'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 보면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학구파다. 현대음악인 알반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부터 후기 낭만주의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 반주까지 상대적으로 낯선 곡들도 꺼리지 않는다. 그는 "피아노는 워낙 좋은 곡이 많기 때문에 레퍼토리에 대한 고민은 없다. 고민이 있다면 시간이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올해도 3월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11월 베를린 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까지 해외 명문 악단의 내한 공연마다 여전히 '섭외 영순위'다. 오는 7월에는 국내 독주회도 잡혀 있다. 그는 "집에 있을 때 많은 연습을 하려고 한다. 하루 30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평생 슬럼프를 모르고 살았을 것 같지만, 2013년 프랑스 파리 고등음악원에 들어간 뒤 한동안 실력이 늘지 않는 것만 같았던 기간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 들였던 습관이 자신의 연주 모습을 영상으로 직접 촬영해서 확인하는 것. "잘못됐다는 판단도 주관적일 수 있고 살아 있는 연주가 아닌 것 같아서 나중에는 그만두었지만,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자각할까. 그는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피아니스트는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고 관객들에게 위대한 음악, 멋있는 음악을 들려드리는 일"이라며 "하고 싶은 역할은 없다. 없었으면 좋겠고…"라고 잘라 말했다. 천하의 조성진도 'MZ세대'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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