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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미주 독립운동 거점
재개발 직전 36억에 매입 계약
2025년 광복절에 기념관 개관 목표
중·러·일 등 사적지도 매입 추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미주 거점이던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의 흥사단(興士團) 본부 건물이 철거 직전 우리 정부 소유로 넘어왔다. 독립운동 기지였던 국외 사적지를 정부가 직접 매입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번 흥사단 단소(團所·본부 건물) 매입을 계기로 중국·러시아·일본·프랑스·우즈베키스탄 등 전 세계에 흩어진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 1000여 곳의 매입을 차례로 추진할 방침이다.

국가보훈처는 2일 "로스앤젤레스 카탈리나의 흥사단 건물을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소유주였던 한 부동산 업체로부터 295만달러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12년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을 매입한 적이 있지만, 이 공관은 1910년 일제에 빼앗겨 독립운동의 거점은 아니었다. 1990년 정부 소유가 된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의 스페인 사택의 경우 현지 교포가 사들여 기증한 것이다.

이번 매입은 한인 사회, 시민 단체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훈처는 밝혔다. 흥사단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1913년 창립을 주도한 독립 단체로, 1932년 단원들 성금으로 LA 본부 건물을 마련했다. 이 건물은 여러 번 소유주가 바뀌다가 2020년 중국계 부동산 개발 업체가 매입하면서 철거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업체가 건물을 허물고 인근 대학 학생들에게 임대할 4층 규모의 아파트를 지으려고 했다. 2021년 철거 절차까지 시작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한인 사회에선 "도산 안창호 선생이 지하에서 통곡할 사건"이라며 건물 살리기 운동이 일었다. 흥사단 현지 지부, 도산 안창호 기념사업회,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이 위원회를 구성해 현지 역사보존협회 등과 힘을 합쳤다. 이들은 LA시 당국에 문화기념물 신청을 하는 방법으로 흥사단 건물이 강제 철거되는 것을 막았고, '사적지 등록 권고'도 받아냈다. 그러자 부동산 업체는 사업 계획을 접고, 매각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업체가 매각비로 600만달러를 요구하면서 협상은 어려움을 겪었다. 흥사단 건물의 대지 면적은 578㎡, 건물 연면적은 329㎡로 600만달러는 과한 액수였다. 이에 보훈처가 한인 사회의 도움을 받아 재협상에 나섰고 설득을 거듭한 끝에 295만달러에 합의를 봤다.

보훈처는 "전문가와 한인 사회 의견을 수렴해 2025년 상반기까지 재단장 공사를 마치고 그해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기념관으로 개관하겠다"고 밝혔다. 기고자 :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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