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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하다.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냐 물으면 언제나 내 대답은 심은하다. 사람들은 놀란다. 아직도 심은하? 그렇다. 심은하는 과거의 배우다. 그는 인기도 연기력도 절정이던 2001년 "평범하게 살고 싶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누구도 믿지 않았다. 스물아홉이라는 나이는 사라지기에는 지나치게 젊다. 당연히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복귀를 바랐던지 충무로에는 별별 소문이 다 돌았다. "그 역할은 사실 심은하에게 먼저 간 거래." "그 감독이 심은하 집까지 찾아가서 사정했대." 나는 그런 소문을 들을 때마다 그 영화의 그 역할을 심은하가 연기했으면 어땠을까를 상상했다. 어떤 면에서 많은 한국 배우는 심은하의 그림자와 경쟁을 해 온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절정의 순간에 사라진 존재에 괴이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배우 몇몇을 떠올려보시라. 그레이스 켈리는 모나코 공비(公妃)가 되면서 은퇴했다. 배우로 활동한 지 겨우 5년 만이었다. 그레이스 켈리보다 세상이 더 집착했던 배우는 그레타 가르보다. 무성영화와 유성영화 과도기를 거치며 전설이 된 그는 30대에 은퇴를 선언했다. 절대 대중 앞에 나서지 않고 은둔 생활을 하다 죽었다. 그의 이른 은퇴와 철저한 은둔은 심지어 영어 관용구를 창조했다. 유명인이 갑자기 활동을 중단하고 영원히 사라지는 걸 의미하는 "Do a Garbo"(가르보했다)다.

얼마 전 신생 제작사라는 곳이 "계약금을 지급하였습니다"라며 심은하 복귀 관련 보도자료를 뿌렸다. '계약금을 지급했다'는 싼 티 나는 표현은 어떤 배우 보도자료에서도 본 적이 없다. 이 회사는 지난해도 심은하와 계약했다는 근거 없는 보도자료를 뿌린 적이 있다. "했습니다"를 "하였습니다"로 쓴 엉성한 보도자료가 기사로 나가자마자 심은하 측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발표했다. "사기꾼 집단"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하게 반박했다.

왜 아직도 심은하인가? 왜 우리는 20년간 은막을 떠난 스타를 여전히 선망하고 갈망하고 열망하는 걸까. 그건 심은하가 21세기 이전의 스타였기 때문일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의 스타들은 최후의 고전적 스타였다. 우리는 그들의 사생활을 알 길이 거의 없었다. 스타는 신비로운 존재였다. 그런 시대는 끝났다. 중년이 된 과거의 스타들이 보톡스로 밀어버린 얼굴로 인스타그램 광고에 등장해 화장품을 파는 시대다. 나와 당신의 심은하에 대한 집착은 돌아올 수 없는 시절에 대한 향수에 가깝다.

심은하도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다. "좋은 작품을 만나면 복귀할 것"이라고 했으니 가능성은 있다. 다만 우리가 기억하던 그 시절은 끝났다. 우리는 이미 함께한 기억처럼 훌쩍 커버렸다. 우리의 여름은 끝났고 가을이 왔다. 그래도 우리는 영원히 과거를 향해 구애할 것이다. 언젠가는 돌아온다고 말해 달라 노래하면서. 기고자 : 김도훈 문화 칼럼니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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