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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동화체험… '복합문화형 도서관' 30여곳 생겨

지난 1일 오후 부산 사상구 덕포동 '부산도서관' 2층. '난쟁이붓꽃', '산오이풀', '함박꽃' 등 산에 가면 만나는 우리 야생화를 실물처럼 옮긴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이날 시작한 전시회는 창작 그림책 작가이자 화가인 이담·이근희씨 부부의 비주얼 에세이 '설악산 일기'에 실린 그림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부산도서관 우덕숙 도서관협력팀장은 "전시된 그림은 각종 야생화 외에 비 오는 날 산, 나무 등걸 중간에 올라온 새 줄기, 민달팽이 등 크고 작은 120여 점으로 웬만한 갤러리의 전시회 못지않은 규모"라며 "도서관 속 갤러리인 셈"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도서관들이 독서뿐 아니라 놀이, 휴식, 감상,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달 초 부산시청 1층 로비 한편의 '부산시청 들락날락'에서는 알록달록 푹신한 바닥에 어린이들이 배를 깔고 엎드려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 그 옆엔 엄마나 아빠가 앉아 다른 책을 읽거나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 주변 벽으로 높고 낮은 서가들이 설치돼 있었다.

'부산시청 들락날락' 한쪽에는 미디어아트 전시관도 있다. 일곱 살 아들과 함께 온 어머니 이모(44)씨는 "아이들이 책도 읽고 유명 화가의 그림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도 보면서 놀 수 있어 참 좋아한다"며 "도서관이면서 놀이, 휴식 공간이란 느낌"이라고 말했다.

'들락날락'은 도서관을 기반으로 만든 어린이들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서가·열람실 등 외에 디지털 갤러리 및 놀이터, 장난감 도서관, 동화 체험관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9월 부산시청에 첫선을 보인 이래 현재 부산 시내에 30여 곳이 생겼다. 부산시청처럼 새로 만든 곳도 있고, 연제구 연산9동 주민센터를 개조해 만든 '아이사랑뜰'처럼 기존 도서관이나 시설 안에 설치된 경우도 있다.

또 지난해 6월 개관한 국립부산과학관의 어린이과학도서관, 지난해 12월 문을 연 부산교육청의 수학문화관 등 테마형 도서관들도 늘어났다. '수학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문화가 되는 수학, 다 함께 즐기고 누리는 수학의 대중화'를 모토로 한 수학문화관은 424억원을 들여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9884㎡ 규모로 지었다.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인문학도서관, 부산진구 영어도서관, 영도구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 안 해양도서관 등도 테마형이다. 해양도서관은 선박·해양·수산 등 해양 분야 장서를 전국에서 가장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지역의 도서관 수도 크게 늘었다. 10년 전인 2012년 30여 개에서 작년 말 현재 50여 개로 늘어났다. 특히 도서관이 전시·음악·강좌 등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국회부산도서관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인문학적 사유로 우리 삶을 경영하다'라는 주제로 '퇴근길 인문학 강좌'를 열었다. 부산 남구 용호동 '작은도서관 소풍'은 지난해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한 '글짓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의 시를 모은 시집 '보름달'을 최근 펴냈다. '소풍'은 동네 아이들이 와서 책을 읽는 작은 도서관이면서 기타·리코더 연주 배우기, 아이와 부모의 산행 모임, 한글교실 등을 운영하며 '동네 복합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작은도서관 소풍 전태흥(61) 관장은 "도서관을 음악·여가·체험 활동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며 "시민들의 호응도 좋아 2년여 전 문을 열 때 30~40명이던 회원이 35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기고자 : 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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