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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도, 연애도… 최고의 '몸'으로 승부하라

왕(王) 자 복근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면에서도 보이는 역삼각형 등 근육, 거기에 우람한 팔뚝까지 있어야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최근 TV·OTT 등에서 제작되는 콘텐츠 속 이야기다. 지난달 종영한 넷플릭스의 '솔로지옥2'는 외딴섬에서 일반인 남녀가 연애 상대를 찾는 프로그램. 선택 직전까지 직업과 나이를 공개할 수 없기에 서로의 몸에 대한 고려가 빠질 수 없다. 상의를 벗은 채 해변에서 운동하는 남성들 모습은 보디빌딩 대회를 연상케 한다.

사람들의 '몸'을 주된 소재로 삼는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연애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노출 빈도를 높여 시각적 요소를 자극하는 것뿐만 아니라 몸싸움, 몸무게 등 몸과 관련된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식이다.

몸을 내세운 콘텐츠는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생존 경쟁을 통해 상금을 쟁취하는 플롯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오직 몸을 통해 결판이 난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 "가장 완벽한 피지컬(physical)을 가진 최고의 '몸'은 누구인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의 '피지컬100'은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 등 여러 분야의 강자 100명이 출연해 한 명을 가리는 콘텐츠다. 성별, 체급 등을 가리지 않고 맞붙는다. 출연진의 외형에서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이변이 일어나며 화제가 됐다. 지난달 종영한 JTBC 예능 '오버 더 톱-맨즈 챔피언십'(팔씨름) 등도 마찬가지다. 웨이브의 '배틀그램'처럼 인플루언서, 보디빌딩 선수 등이 출연해 서로 몸값을 매기는 프로그램까지.

최근 몸과 관련된 콘텐츠가 제작되는 배경에는 젊은 세대의 팍팍한 현실 인식이 있다. 내 집 마련, 취업과 같은 목표는 이룰 수 없더라도, 몸은 노력하면 가꿀 수 있다는 것. 몇 년 사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헬스 열풍이 불었고,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등에서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크게 확산됐다. 이제는 더 많은 이가 쉽게 즐기는 콘텐츠로 이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일상 속 운동을 소재로 삼은 웹툰도 여럿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 우연히 헬스장 윗집으로 이사하면서 운동에 도전하는 이야기('여성 전용 헬스장 진달래짐'), 살기 위해 필라테스를 시작한 웹툰 작가가 지도자 과정까지 밟는 이야기('나도 있어! 근육') 같은 작품이 대표적.

연예인들의 몸을 내세우는 콘텐츠 역시 소수 '몸짱'들만의 것이 아니다. 걸그룹 '르세라핌'은 '근세라핌'(근육+르세라핌)이라는 별명이 있다. 운동을 좋아하고 복근 등 근육이 선명하게 보일 뿐 아니라, 근력 운동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 때문이다. 노래에 맞춰 복근 운동 등을 하는 '르세라핌 챌린지'를 직접 찍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릴 정도. 그룹 맴버 전체가 운동하는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은 이례적이다.

몸이 노출되고, 서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논란의 소지가 생기기도 한다. '피지컬100'은 경기 중 몸싸움 과정에서 한 남성이 여성의 중요 부위를 무릎으로 누른 장면을 방송해 화제가 됐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몸에 대한 문화적 관심은 건강이 윤리적, 정신적 부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뒷받침된 결과"라며 "건강을 핑계 삼아 자극적, 폭력적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고자 : 이영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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