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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로 귀농 조규완·서민정 부부

현재 귀농 인구 10명 중 2명은 30대 이하다. 농사를 짓지 않는 귀촌인은 절반 가까이가 이 연령대다. 농촌의 의료·학원 등 육아 기반은 도시보다 떨어지지만,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낮은 물가에 출산 지원금도 더 많다. 청년이 농촌에 정착해 출산하면 지방 소멸을 막고 저출산 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다.

조규완(45)·서민정(43)씨 부부는 경북 청도로 귀농한 뒤 임신에 성공한 경우다. 은봄(6)이를 품은 걸 알게 된 2016년 여름, 부부는 온종일 따뜻한 햇살을 등에 받으며 밭에서 뛰어놀았다. 결혼 후 4년, 귀농한 지 1년여 만이었다. 동네 할머니들은 "30년 만에 아기가 태어난다"고 했다. 수몰 이주지로 생겨난 800여 명 작은 마을의 경사였다. 이어 은여름(4)이도 가졌다. '언제 출산하냐'는 물음에 "좋은 봄에요" "좋은 여름에요"라고 답하다가 아이들 이름이 됐다. 조은가을, 조은겨울이까지 낳아 4남매를 키우고 싶다는 꿈도 가졌다.

조경 설계와 화훼를 각각 전공하고 천리포수목원 직원으로 만난 두 사람. 2012년 결혼 후 '우리만의 농장을 만들자'는 꿈을 갖고 퇴사를 결심했다. 경험을 쌓고 돈을 모으려 대구 시내에 커피숍을 열었지만 건강이 나빠졌다. 간절하게 바라던 아이도 생기지 않았다.

2015년 1월, 지인의 권유로 가본 적 없던 청도에 왔다. 지하수를 파 500평 비닐하우스에 미나리를 심었다. 친환경 약제에 비료를 적게 쓰고, 예쁜 것만 선별하니까 택배를 통해 도시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토마토와 사과 농사도 지었다. 하지만 순익이 턱없이 적었다. 어느 날엔 지하수마저 말라버렸다. 그렇게 4~5년 만에 농사를 접고, 모은 돈으로 작은 독채 펜션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농촌에서 네 가족이 온전히 농사로 먹고살려면 4000~5000평 규모에 부부가 꼬박 매달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농촌에서 초기 정착을 위한 투자금이 도시보다 더 많이 들어갑니다."

남편은 담배를 끊었다. 아내도 건강을 찾았다. 올해 다시 농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야채·꽃·과일 등을 친환경 소량 생산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꿈꾸고 있다. 청도 일대 젊은 귀촌 부부들 가운데는 도시에서의 감각을 살려 꽃집이나 친환경 숍을 열어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현재 네 가족이 사는 풍각면 산자락의 신식 1층 집(방 3개)은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0만원에 임차했다. "아이들이 뛰어놀면 동네 할머니들이 지켜봐준다"고 했다. 차로 10분 거리에 어린이집과 초·중·고교, 영어·수학·음악 학원이 있다. 하나로마트와 파출소·119센터, 내과 의원들과 치과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많이 아프면 차로 30~40분 걸리는 대구 등지의 큰 병원에 가야 한다. 올해 초 온 가족이 독감을 앓았을 때도 그랬다.

"임신 당시엔 대구의 큰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보건지소를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초음파 검사까지 해줘서 큰 도움이 됐어요. 지방 공공의료가 더 확충되면 좋겠습니다."

요즘 '부모 급여'에 지자체 지원금까지 합치면 최소 1000만~200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출산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차라리 일각에서 제안했던 '대출 원금 일부 탕감' 등 방식이 젊은 층에는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청도군엔 '노는 엄마들'이란 이름의 대안적인 공동 육아 모임이 있다. 귀촌 청년 여성 10여 명이 강사를 초빙해서 숲 놀이, 캠핑, 그림 그리기, 화분 만들기 등 자녀들과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귀촌 부부들은 사정이 되면 아이를 3~4명까지도 낳는다고 한다. 하지만 "저녁이나 주말에 갑자기 아이를 맡길 데가 마땅치 않은 건 도시나 매한가지"라고 했다.

조씨 부부는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가능성과 희망도 본다"고 했다. "공부보다는 스스로 무엇을 할 줄 아는지 깨닫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나 혼자 잘난 게 아니라 이웃과 함께 가는 사람으로요." 자연에서 뛰놀면서도 아이들은 배울 것이다. 도시와의 경계도 꽤 희미해졌다. 기고자 : 청도=선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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