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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1만호 늘어 9년만에 최고치… 지방서만 5만7000가구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이 한 달 만에 20% 가까이 늘어 6만8000가구를 넘어섰다. 정부에서 '위험 수위'라고 판단하는 6만2000가구(20년 장기 평균값)를 훌쩍 뛰어넘어 9년 4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미분양 급증으로 인한 건설업 위기가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 전반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심지어 전국에서 미분양이 가장 심각한 대구광역시는 '공급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건설업계에서는 "더 늦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분양, '위험 선' 넘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전월(5만8027가구) 대비 17.4% 늘었다. 2013년 8월(6만8119가구) 이후 9년 4개월 만의 최대치다. 준공 후에도 분양되지 못한 '악성 미분양'도 7518가구로 전월 대비 5.7% 늘었다.

미분양 주택 수는 2021년 말까지 2만 가구를 밑돌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두 달 연속으로 1만 가구 넘게 증가했다. 지난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미분양 아파트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본다"고 했는데, 이미 그 기준치를 넘은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지방의 미분양이다. 지난 12월 지방 미분양 물량은 5만7072가구로 전월보다 19.8%(9418가구)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1만1035가구)의 4배에 달한다. 대전은 1853가구에서 323 9가구로 한 달 새 74.8%(1386가구) 급증했다. 대구도 한 달 사이 미분양 주택이 1745가구(14.9%) 늘어 누적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1만3445가구의 미분양 주택이 쌓여있다.

미분양이 이처럼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으로 주택 수요가 급감했고, 자재 값 인상 여파로 분양가까지 오르면서 '청약=대박'이라는 심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집값 추가 하락 우려가 큰 상황에서 대출 이자까지 급격히 높아지다 보니 청약 수요자들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앞으로도 당분간 미분양은 계속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올해 들어 청약 신청을 받은 전국 아파트 11개 단지 중 8개가 미달될 정도로 수요가 없는 데다, 올 연말까지 지방에서만 8만 가구 넘는 신규 분양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 연말엔 미분양이 10만 가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가장 심각한 대구에서는 시 차원에서 주택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대구시는 지난 30일 "주택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주택 건설 사업 계획을 전면 보류한다"고 밝혔다. 기존 추진 중인 사업 역시 분양 시기를 조절하거나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건설사들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라"

건설업계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중소·중견 건설사의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원주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택 건설업계의 위기가 금융권 등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기업이 나서서 민간 미분양 주택을 적정 가격에 매입하거나, 미분양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에게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제외 등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과거에도 정부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는 있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신인 대한주택보증은 200 8년부터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기 시작했는데, 2010년에는 매입 규모가 3조원에 달했다. 다만 당시와 달리 지금은 아파트 분양가가 높은 데다 전세 사기 관련 보증보험료 지출이 급증한 탓에 HUG의 매입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 변수로 지목된다.

정부도 미분양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달 초 미분양 사업자에 대한 5조원 규모 대출 보증을 신설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규제 완화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건설업계가 요구하는 미분양 주택 매입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인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도한 규제를 해소해 시장에서 미분양이 소화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미분양 매입' 등 정부의 직접 개입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미분양 주택 추이 / 작년 12월 미분양 상위 지역 기고자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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