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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성적표… 주요사업 실적 후퇴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10~12월) 반도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7%나 급락하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해당 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4000억원대)를 크게 밑돌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핵심 사업인 메모리 부문에서는 적자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생산 라인 유지 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를 진행하고, (첨단 공정의) 시범 생산 비중을 늘리겠다"며 사실상 감산(減産)할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31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메모리 한파'의 영향으로 반도체 실적이 무너져 4분기 전체 매출은 70조4600억원, 영업이익은 4조310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떨어진 건 2014년 3분기 이후 8년 만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TV·가전 사업도 7년 만에 적자 전환하는 등 주요 사업부의 실적이 모두 하락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3.6% 하락한 6만1000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어닝 쇼크' 영업익 97% 폭락

삼성전자 반도체가 4분기에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낸 데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급증하며 지난 3분기부터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실적을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 세분해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메모리가 4분기에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연간 매출은 98조4600억원으로 대만 TSMC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매출 기준)는 유지했다.

TV·가전 부문은 4분기에 영업손실 600억원을 기록하며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는 "수요 하락에 재료비·물류비 상승 여파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사업 역시 신제품 출시 효과가 떨어진 여파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다만 디스플레이와 전장(자동차 전자 장비) 사업 부문은 영업이익이 소폭 증가해 각각 1조8200억원, 37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 사실상 감산 밝혀

이날 시장의 관심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감산 여부와 향후 투자 계획에 쏠렸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자연적 감산을 시사하며,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 라인 최적화 등의 조치로 생산량을 조절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김동원 KB증권 리서치 본부장은 "사실상 인위적 감산만큼이나 큰 '기술적 감산'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올 하반기부터는 주요 기업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메모리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그러나 "올해 설비투자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R&D (연구·개발) 비율도 늘릴 것"이라며 "메모리 사업에서는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등 미래 수요 대비, 기술 리더십 지속 강화를 위한 중장기 차원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작년 삼성 반도체 전체 투자 규모는 47조9000억원이다.

대만 TSMC와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관련해서는 정기봉 부사장이 "3나노 2세대 공정에서 연내에 양산해 신규 고객 수주를 확대하고, 2나노 1세대 개발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6월 TSMC보다 6개월 먼저 3나노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기술적 리더십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장 전망에 대해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단기적 시황 약세가 이어지다 하반기엔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래픽] 삼성전자 영업이익 / 사업부별 분기 실적 기고자 :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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