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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주변 주민들, 소음 차단용으로
방음벽 대신 밀폐형 방음터널 원해
비싼 강화유리 대신 플라스틱 써

29일 사망자 5명이 발생한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의 갈현고가교는 교량 전체에 아치 형태의 방음용 천장이 지붕처럼 씌워져 있는 '방음(防音) 터널'이다. 화재 현장 주변에는 약 3000가구에 육박하는 아파트 등 주거지가 있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 소음이 퍼져 나가는 걸 막으려고 이런 터널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방음 터널은 전국 52곳에 설치돼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불이 난 갈현고가교 방음 터널은 영문자 H 모양의 철제 뼈대 위에 일종의 강화 플라스틱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재질의 반투명 방음 판을 덮어 만든 것이다. PM MA는 강도가 세고 강화유리보다 단가가 저렴해 건물에 많이 사용되지만 화재에 취약한 가연성 재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제진주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PMMA는 투명도가 높고 성형이 쉬워 널리 쓰이는 소재이지만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라고 했다.

거기다 플라스틱이 타면서 발생하는 유독가스가 이날 터널 내부에 가득 차 피해를 키웠다. 현장에서 빠져나온 다수의 부상자는 "연기가 갑자기 자욱해져 코와 입을 막고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관계자는 "방음 터널의 플라스틱과 다른 차량으로 옮겨붙은 불에 내부 자재·연료 통 등이 타면서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했는데, 연기가 터널 천장에 갇혀 빠져나가지 않은 탓에 내부가 연기로 가득 차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방음 터널의 밀폐된 구조가 피해를 키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의 2018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왕복 6차로에 설치된 밀폐된 방음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 연기는 5분 만에 150m까지 퍼져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장의 온도도 최대 490도까지 치솟는다.

지난 2020년 8월에도 광교신도시 하동IC 고가 차도에 설치된 길이 500m 방음 터널에서 승용차에서 발생한 화재가 천장을 타고 번지며 200m가량의 터널이 불에 탔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선 소음을 제대로 막기 위해 방음벽 대신 방음 터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기고자 : 과천=김수경 기자 과천=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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