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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일력은 1주 만에 3만부
중고 사이트서 2배 가격에 팔려
단순 날짜 확인 목적은 옛말

"매일 한 장씩, 포켓몬과 함께 하루를 시작해 보세요!"

최근 롯데리아에서 판매한 '포켓몬 일력'이 학부모들을 울렸다. 얇은 재질의 종이마다 포켓몬스터 캐릭터가 있고, 간략한 날짜 정보를 담은 벽걸이형 일력(日曆). 캐릭터의 빈 부분을 색칠하고, 이를 한 장씩 뜯어 소장할 수 있다는 매력에 끌린 아이들의 호응이 컸다. 출시 1주 만에 약 3만부 수량이 거의 소진돼 중고 거래에 나선 이도 다수. 정가 1만8000원인 상품은 이제 온라인 쇼핑몰, 중고 거래 플랫폼 등에서 3만원대 돈을 줘야 살 수 있다.

별별 달력이 쏟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던 종이 달력의 새 전성기. 레트로(복고) 유행과 함께 돌아왔고, 젊은 층의 갓생(god+인생) 열풍과 맞물리며 새해맞이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심미성을 갖춘 디자인으로 집 인테리어에 쓰이는 한편, 최근에는 다양한 쓰임새로 실용성까지 갖춘 제품이 많이 나온다. 은행이나 공공 기관에서 나눠주던 공짜 달력과는 형태도 쓰임새도 다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새롭게 출간된 달력 수가 재작년 66종, 작년 109종, 올해 190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출판사들 역시 연말마다 달력을 찍어낸다. 민음사가 계묘년 새해를 맞아 출시한 '인생일력' 달력은 고전 속 365가지 문장을 페이지마다 담았다. 매일 한 장씩 넘기며 "소소한 행동을 삼가지 않으면 끝내 큰 덕에 손해를 끼친다."('서경' 중에서)와 같은 문장들을 음미하게 만드는 구성. 약 1만4000부 제작해 모두 팔렸다. 2018년부터 해마다 제작해 점차 제작 부수를 늘려 왔다. 출판사 난다 역시 내년 토끼해를 맞아, 토끼 일러스트를 담은 일력 '365 토끼와 한나'를 최근 출간했다.

최근 출간되는 달력에서 날짜 확인은 부차적인 기능이다. 육아부터 가계부 작성까지 쓰임새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은경쌤의 초등어휘일력 365'(포레스트북스)는 초등학생 아이의 어휘력을 높여준다는 모토로 출간됐다. '그럴싸하다' '뭉클하다' 등 단어의 뜻과 예문을 하루 1개씩 실었다. 지난달 첫째 주 예스24 종합 5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였다. 지난 10월 한 재테크 유튜버가 낸 '365갓생일력'(웅진지식하우스)은 돈을 절약하게 만드는 잔소리와 목표 저축액 등을 적는 구성으로 제작됐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택시비 아낀다" 같은 문구들이 절약을 원하는 이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팬심을 자극하는 달력들도 인기다. 뉴진스·BTS 등 아이돌 그룹, 팽수 등 인기 캐릭터의 사진을 담은 달력이 빈번하게 제작되고 있다. 일반인들 중에서도 가족·반려동물 사진 등을 넣어 달력을 제작하는 이가 많다. 텀블벅 등 클라우드 펀딩 업체에는 '그림 달력' '인문학 달력' 등 여러 테마의 달력을 제작한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의 달력은 구매자들의 여러 취향, 특히 젊은 층의 잘 살고 싶은 욕망이 반영됐다"며 "예전처럼 큰돈 벌어 집 장만하는 게 어려운 시대인 만큼, 달력을 넘기는 일상에서 작은 성취를 얻으려는 욕망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고자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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