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14년만에 줄여 연 7600억 절감

정부가 내년부터 3년간 공공기관 정원을 1만2000명 정도 줄이기로 했다. 공공기관 정원 감축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기능 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을 확정했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공공기관 정원 44만9000명 중 1만2442명(2.8%)을 감축한다. 내년에 1만1081명을 줄인다. 정부는 정원 감축으로 연간 7600억원 수준의 인건비가 절감될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정원 감축으로 현재 근무 인원(현원)이 정원을 초과하더라도 감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정년퇴직 등으로 자연적으로 줄어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년퇴직 등으로 매년 1만명 정도가 자연적으로 줄기 때문에 구조 조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신규 채용 여력도 있다"고 말했다.

정원 감축이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내년 공공기관 청년인턴 채용 규모를 2만1000명으로 정해 올해보다 2000명 늘리고, 3·6개월인 인턴 기간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공공기관 정원 감축은 기능 조정과 인력 효율화 등 총 1만7230명을 줄이고, 국정 과제 등에 필요한 정원을 4788명 늘리는 방안이다.

기능 조정은 민간·지자체와 경합하거나 기관 간 유사·중복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수요가 감소한 분야 등이 대상이다.

공기업 중 정원 감축 규모가 가장 큰 기관은 철도공사(722명)다. 현 정원(3만2508명)의 2.2%가 줄어든다. 다음이 한국전력으로 496명(2.1%) 줄어든다. 대한석탄공사(139명)는 정원 대비 감축률(21.2%)이 가장 높다.

준정부기관·기타 공공기관 중에서는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의 정원 감축 규모(1041명)가 가장 컸다. 다만 도로공사서비스의 경우 현재 근무 인원(현원)보다 정원이 1200명가량 많아 정원을 1000명가량 줄여도 현원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 회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규직인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을 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해 세운 회사다. 무인·자동화 시스템(하이패스) 도입으로 인력 수요가 줄어 이번 효율화 계획 대상에 포함됐다.

고유 목적 사업과 관련 없는 한국전력의 청원경찰, 검침 등 현장 인력도 정원 감축 대상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해오던 소규모 전기 설비에 대한 전기안전관리대행업 기능도 조정해 민간 부문에 넘긴다.

조직 통합·대부서화, 지방·해외 조직 효율화, 지원 인력 조정,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의 방식으로 정원 감축이 이루어지는 공공기관도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중화권 시장 침체 장기화 등 사업 수요 변화를 감안해 중국마케팅팀을 축소하고, 일본 현지 연락사무소를 6개소에서 4개소로 2개소 줄인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용·산재보험 미가입 사업장에 대한 가입 상담·지원 업무를 일부 비대면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7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기능 조정, 조직·인력, 예산, 자산, 복리 후생 등 5대 분야에 대한 효율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는 2009년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 이후 처음 시도되는 공공기관 개혁이다. 다만 이때와 다른 점은 민영화를 배제하고 공공기관 간 합병 등 거대 구조 조정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병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만드는 등 기관 간 인수·합병까지 방안에 포함됐지만 이번 공공기관 혁신은 기존의 조직틀 내에서 효율화를 추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공공기관 정원 감축 유형별 규모 기고자 : 김태준 기자
본문자수 : 182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