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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줄인상 예고… 내년 가계경제 '빨간불'

정부가 내년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가공식품과 외식 등 다른 품목으로 물가 확산세가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 악화하는 지자체 재무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지하철과 버스, 쓰레기봉투 등 지방 공공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전방위로 확산될 경우 내년 물가 상승률이 정부 전망치인 3.5%를 웃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방송에 출연해 "물가는 서서히 안정되겠지만 속도는 굉장히 더딜 것"이라고 했다.

◇물가 잡힌 듯 보이지만 정부가 억누른 공공요금 뛰면 도루묵

정부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올해(5.1%)보다 낮은 3.5%로 예상했지만 공공요금 인상 폭에 따라 예상치를 웃돌 수 있다.

당장 전기료만 올라도 물가가 크게 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과 산업부가 책정한 내년 전기 요금 인상 적정액은 kWh당 51.6원인데, 이는 올해 전기 요금 총인상액(kWh당 19.3원)의 약 2.7배에 달한다. 평균 정도의 전력을 쓰는 4인 가구의 전기 요금은 현재 한 달에 4만2000원 정도지만, 연료비 상승분을 다 반영하면 내년 말엔 6만원에 육박할 수 있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따라 가공식품, 내구재, 외식 서비스 등의 가격이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 경제에 주는 부담은 더 커진다.

이미 가공식품은 지난달 9.4%(전년 동월 대비) 올라 11월 기준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자장면, 김밥 등 외식 물가 상승률도 8.6%에 달해 11월 기준 1991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외환 위기 이후 최고치인 6.3%를 기록한 뒤 지난달 들어 5.0%로 다소 꺾였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고공 행진하고 있다. 농산물과 석유류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하고 물가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지난달 4.8% 올라, 2009년 2월(5.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례없는 고물가로 정부가 동결 기조를 유지한 각종 공공요금이 오를 경우 물가 상승세는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정부 정책 측면에서 그간 누적된 원가 상승 부담이 전기·도시가스 요금에 점차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은의 내년 물가 전망치는 3.6%로 정부 전망치보다 높다.

◇지자체發 공공요금 인상 줄줄이 대기

전기·가스 요금에 더해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공요금도 오를 수 있다. 당장 서울 지하철 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도시철도 무임 수송 손실 지원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9일 "서울 지하철의 적자 폭이 너무 커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요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은 2020년 1조1137억원에 이어 지난해 9644억원을 기록했다.

서울 택시 기본 요금도 내년 2월부터 인상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일 서울 택시 요금 심야 할증 적용 시간이 밤 12시에서 밤 10시로 앞당겨져 사실상 심야 요금이 오른 상태다. 강원도는 내년 1월 일반 버스 요금을 21.4%, 좌석 버스 요금을 20% 올리기로 했다.

◇1월 규제 지역 해제, 2월 취득세 완화안 제출

추 부총리는 이날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분당·수정구), 하남, 광명 등 5개 지역 가운데 일부를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1월 중 발표하겠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또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를 위해 "내년 2월에 지방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방세법이 개정되면,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취득세율이 8%에서 1~3%로, 3주택자는 12%에서 6%로 내려간다. 2022년 12월 21일 거래분부터 적용된다.

[그래픽] 정부가 5년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부동산 규제들 기고자 : 김태준 기자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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