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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채 보유한 주택업자… 중개사 등 동원한 의혹

아파트와 빌라 등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주택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고 260억원대의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건축업자와 일당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건축업자는 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 2700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건축업자 A(61)씨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 4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다만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이날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소병진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해 "범죄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 심문에 임하는 태도, 일정한 주거와 직업 등을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현재 관련 고소·고발이 계속 접수되고 있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범죄 혐의가 확실한 만큼 내부적으로 검토해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327가구의 전세 보증금 266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피해자 327명에게 적게는 6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가량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10여 년 전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A씨는 아파트나 빌라 건물을 새로 짓고 준공하면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서 시작한 사업을 경기도까지 확장했고, 이 과정에서 그가 소유한 아파트와 빌라 등은 모두 2700여 채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금 사정 악화로 아파트나 빌라가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데도 공인중개사 등에게 전세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 등 공범들은 아파트나 빌라에 우선순위로 잡혀 있는 근저당 때문에 전세 계약을 주저하는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못 받으면 대신 돌려주겠다"며 법적 효력이 없는 '이행보증각서'를 써주기도 했다.

또 이번에 적발된 공범 중 일부는 A씨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자신의 이름으로 세입자들에게 전세를 준 '바지 임대업자'들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7월부터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 사기를 의심한 고소가 잇따르자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했다. 기고자 : 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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