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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 목소리가 들린다. 케이블 광고다. 그가 매일 광고하는 제품은 건강식품이다. 남성용 건강식품이다. 제품 이름은 대서양 해안에서 자라는 커다란 나무 열매에서 따 온 것이라 한다. 지금 남성 독자 중에서는 "그거 나도 먹는 건데!"라며 괜한 동질감에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곧 그 동질감을 느껴야 할 것 같다. 요즘 나는 남진의 어서 먹어보라는 회유에 슬슬 넘어가고 있다.

문제는 극장이다. 영화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주로 대자본 블록버스터다. 이 장르는 대개 상영 시간이 길지만 요즘 특히 길어졌다. 화면에 바른 돈맛을 충분히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캐릭터가 많고 복잡한 세계관을 풀어야 하는 마블 영화가 기름을 끼얹었다. 한 2000년대까지만 해도 블록버스터조차 2시간 정도로 끊어주는 것이 도리였다. 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다.

올해 초 '더 배트맨'이 개봉했을 때 나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걸 알았다. 176분이었다. 3시간에서 4분 모자란다. 독한 크리스토퍼 놀런도 이러지는 않았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164분이었다. 작년 개봉해 '노 타임 투 피'(No Time to Pee: 소변볼 시간도 없다)라고 한 007시리즈 '노 타임 투 다이'도 163분이었다. 결국 자연의 부름에 순응하느라 '더 배트맨'의 중요한 장면 하나를 놓쳤다. 워낙 영화가 껌껌해서 뭘 놓쳤는지도 모르겠다만.

진짜 시험대는 지난주였다. 세상 모두가 아이맥스 예매 버튼을 누르고 있는 '아바타: 물의 길'이다. 나는 제임스 캐머런이 코로나와 OTT 시대에 다시 극장용 영화의 진화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진화에 상영 시간의 진화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캐머런은 우리에게 영화의 미래를 가져왔다. 192분짜리 미래다.

192분은 3시간 12분이다. '노 타임 투 다이'도 '더 배트맨'도 관객에 대한 의리로 지켰던 3시간이라는 한계선을 무너뜨린 것이다. 나는 전날 밤부터 건강검진 준비하듯 관람을 준비했다. 밤 12시 이후로는 물도 마시지 않았다. 다음 날 버석버석한 혀를 굴리며 192분을 버텨냈다. 방광과 전립선이 버텨냈다. 물론 영화는 매우 재미있었다. 이건 '체험'을 해야 하는 영화이니 꼭 극장에 가서 보시라 권하고 싶다.

과업을 이루고 극장에서 나오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모든 긴장을 풀고 나니 캐머런의 전작 '타이타닉' 상영 시간이 궁금해졌다. 검색했더니 194분이었다. '아바타: 물의 길'보다 2분이 길었다. 나는 콜라를 벌컥벌컥 마시면서 '타이타닉'을 봤지만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열망을 느낀 기억은 전혀 없다. 진정한 문제는 영화가 아니었다. 1997년과 2022년의 가장 거대한 블록버스터는 오히려 2분 짧아졌다. 문제는 늙어가는 육체였다. 머금고 있어야 할 것을 충분히 오래 머금지 못하게 된 나의 육체 말이다. 나는 남진의 권유를 보다 심각하게 고려하기로 했다. 마침 재구매 시 20% 할인도 해준다고 한다. 이 칼럼은 해당 제품의 아무런 협찬도 받지 않았다. 기고자 : 김도훈 문화 칼럼니스트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494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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