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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뭐 보지? 공연·OTT 추천작

좋은 공연, 좋은 자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뭉텅이로 팔려나간다. 크리스마스 시즌, 빽빽한 리스트 앞에서 길 잃은 관객은 마음이 바쁘다. 연극과 뮤지컬, 클래식에서 추천작을 골랐다. 외출이 부담스럽다고? OTT 플랫폼에서도 선물 같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극장에서도 방구석에서도 미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연극ㅣ서툰 사람들

영어 교사 화이의 독신자 아파트에 좀도둑 덕배가 침입하면서 펼쳐지는 코미디다. 화이는 덕배를 향해 "다 드릴 테니 몸만은~"이라며 오버한다. 매듭법도 까먹을 정도로 서툰 도둑 덕배와 비상금 숨긴 곳까지 가르쳐주며 한없이 조잘대는 화이. 둘은 말다툼을 했다가 통성명을 하고 악수까지 한다. 서로의 마음을 훔치는 관계로 점프하는 것이다.

자주 빵빵 터지는 연극. 마음을 훔치고 싶은 연인과 함께 보면 더 즐거울 것이다. 극작가 겸 연출가 장진은 쓴 지 25년이 된 이 상황극을 요즘 현실에 맞게 손질했다. 관객과 접촉하는 표면적이 여전히 넓다. 라디오 생방송을 이용한 엔딩은 스타일리스트답다. 김주연·최하윤·박지예가 귀여우면서도 그악스러운 화이를 나눠 맡는다. 2월 19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

뮤지컬ㅣ마틸다

알파벳 블록들을 쌓아놓은 것 같은 무대가 시야를 압도한다. 뮤지컬 '마틸다'에서 책은 그 세계를 지탱하는 벽돌과 같다. 무질서하게 흩어진 알파벳들이 모여 어떤 이야기를 축조할까 상상하는 순간 생일 축하 파티 장면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여주인공 마틸다가 집에서 처한 상황은 험악하다. 자신을 불량품이라 부르는 부모 밑에서 외롭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 소녀, 물러서지 않는다.

'마틸다'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마틸다가 부당한 세상을 향해 날리는 강펀치다. 어두운 불안감을 밝은 판타지로 바꾸어 준다. 그네를 타며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어른이 되면'은 창의적 안무가 반짝이는 명장면. 대중성이 검증된 가족 뮤지컬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넷플릭스 영화 버전으로도 처음 공개된다. 공연장에서는 임하윤(9), 진연우(11), 최은영(10), 하신비(9)가 마틸다를 나눠 맡는다. 2월 26일까지 신도림역 앞 대성디큐브아트센터.

클래식ㅣ크리스마스 뮤직 페스티벌

23~25일 사흘간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는 크리스마스 릴레이 공연이 열린다. 23일 오후 7시 30분 문을 여는 성악가는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 출신의 테너 존노.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를 넘나들며 활동했던 미 인기 테너 마리오 란자(1921~1959)의 성탄 음반에서 착안해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려준다. 뮤지컬 배우 김바울·황건하 등 라비던스 멤버들도 함께한다.

24일에는 일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오후 3시와 7시 두 차례 무대에 서면서 바통을 이어받는다. 2009년부터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이라는 주제로 매년 성탄 공연을 열었지만 지난 2년간 코로나 사태로 중단됐다. 3년 만의 이번 공연에서는 자신의 히트곡들과 함께 엔니오 모리코네 등의 영화 음악을 들려준다. 25일 오후 3시에는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Kiss The Rain' 'River Flows In You' 같은 연주곡들을 실내악 버전으로 연주한다.

애니메이션ㅣ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네가 무엇이든, 누구든, 나는 있는 그대로의 널 사랑한단다." 목수 제페토 할아버지는 피노키오에게 말한다. 그 사랑엔 어른에 대한 순종이나 규율에 대한 복종 같은 조건이 없다. '셰이프 오브 워터'로 베네치아 황금사자상을 받고 미 오스카 등을 휩쓴 델 토로 감독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19세기 말 이탈리아 동화로 태어나 1940년대 디즈니 고전이 됐던 이야기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세계대전기 이탈리아, 교회의 예수 십자가상을 조각하던 제페토는 폭격으로 아들을 잃고, 무솔리니 추종자들은 영혼을 가진 나무 인형 피노키오를 일률적 틀에 가두려 한다. 영화는 세상에 가득한 불의와 고통, 끈질긴 파시즘에 관한 우화가 된다. 귀뚜라미 역의 이완 맥그리거부터 틸다 스윈턴, 케이트 블랑셰 등 명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품격을 더한다.

영화ㅣ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그림처럼 아름다운 그리스 바다 위의 섬, 괴짜 IT 재벌 마일스 브론(에드워드 노튼)의 호화 별장, 원한으로 얽혀 서로의 등에 칼 꽂을 이유가 충분한 친구들, 그리고 최고의 탐정 베누아 블랑(대니얼 크레이그). 외계인이나 수퍼파워 같은 잔재주 없이 오로지 이야기와 연기의 힘으로 승부하는 정통 추리물이다. 북미에서 지난 추수감사절 단 한 주간 극장 개봉해 '블랙 팬서' 속편 등 경쟁작을 흥행 효율 면에서 압도했다. 재미는 이미 증명된 셈이다.

뇌까지 근육으로 만들어진 듯한 트위치 인플루언서 듀크(데이브 바티스타)가 첫 독살의 희생자가 될 때까지만 해도 고전적 탐정 영화 같던 서사는 서너 번 반전을 거듭하며 예측 못할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근래 보기 드물었던 쫄깃한 흡인력. 성탄 저녁 연인·친구·가족이 함께 보기 딱 좋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박돈규 기자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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