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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5주년 맞은 가수 이광조, 내년 두번째 리메이크 앨범 출시

"몇몇 가수들은 내가 그들 노래 부르는 걸 싫어하더군요. 내 것이 된다고. 하하."

올해로 일흔 나이. 하지만 얼굴과 목소리는 여전히 '미(美)중년'을 연상케 하는 가수 이광조<사진>가 웃으며 말했다. 1977년 곡 '나들이'로 데뷔한 그는 1970~1980년대를 대표하는 감성 발라드 가수이자 애수 어린 미성과 꽃미남 외모의 대명사로 통했다. 하지만 200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훌쩍 떠나 11년간 음악 활동을 멈췄다. 그를 사랑한 대중에게는 아쉬움이었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어떤 노래든 내가 부르면 절절해진다더라. 미국 여행 중 한 택시 기사에겐 '목소리가 야하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절절한 음색 덕에 "트로트 가수 데뷔 제안도 수차례 받았다"고 했다. "정작 녹음실 마이크 앞에만 서면 '이것만은 못 하겠다'며 제가 번번이 돌아서서 발매는 못 했지만요."

지난해엔 그 특유의 미성을 40년 지기 기타리스트 함춘호의 연주에만 실어낸 리메이크 앨범 '올드 앤 뉴'로 화제를 모았다. 음반 애호가 사이 '오늘 같은 밤' '사랑을 잃어버린 나' '나들이' 등 "이광조 대표곡과 그의 목소리 진가를 들을 기회"로 소문을 탔고, LP 발매본은 발매 사흘 만에 1500장이 팔려나갔다.

리메이크 앨범은 과거의 자신을 대면하고 수차례 재해석하는 과정. 이광조는 특히 함춘호와의 작업을 위해 33세 때 처음 부른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의 녹음본을 직면해야 했다. "참 *랄 맞게도 불렀더라고요. 어떻게든 잘 불러야겠다 애 쓰는 게 들렸죠. 그래도 수십년 돌고 지나 부르니 노래 속 감정을 마치 내가 아는 것처럼 소리가 나오더군요. 농익었달까나."

지난 9일엔 서울 마포구에서 무의탁 독거노인을 위한 후원 공연도 열었다. 왜 하필 '독거노인'을 위했을까. 지난 8월 지병으로 투병해 온 어머니를 떠나보낸 게 계기였다. 이광조는 어머니의 투병 소식에 2011년 미국에서 돌아왔고, 매일 새벽 4시 버스 첫차를 타고 모친을 모신 친여동생 집을 찾아갔다고 했다. 그러다 어느 해 겨울 버스 창밖으로 꽁꽁 언 길을 맨발로 걷던 한 노인을 발견했고, "요즘에도 저런 이가 있나 믿기지가 않았고,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고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그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며 "향후에도 계속 독거노인 후원 액수를 늘려가고 싶다"고 했다.

내년에는 함춘호와 함께 김창완 '청춘' 등 다른 이의 다섯 곡, 자신의 다섯 곡을 담은 두 번째 리메이크 바이닐(LP)을 낸다. 같은 해 3월 12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선 '이광조 45주년 기념 콘서트 나들이'도 개최한다. 이광조는 "데뷔 45주년을 돌아본다면 아직까진 내 노래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나이 먹는다는 건 겁나지만, 그만큼 행복도 아는 과정인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최근 내 노래에 '애틋함'이 느껴진다는 말이 참 좋다"며 내년 새 앨범에 실릴 자신의 곡 '빈 가슴 하나로'의 한 소절을 읊었다. "어느 기억 끝에서/다시 볼 수 있을까"란 가사였다. "요즘은 곳곳에서 서로를 찌르고, 악을 쓰는 게 참 무섭죠. 애틋함은 남녀 간 정에만 통하는 말이 아니에요. 남을 생각해야만 가질 수 있고, 요즘 필요한 마음이죠." 기고자 :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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