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지역 대표 예술축제 부실운영 논란 휩싸여

18년 역사를 지닌 충북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부실한 회계 운영 논란에 휩싸여 휘청거리고 있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해임된 데 이어 내년 예산마저 대폭 삭감됐다. 지역에선 영화제의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22일 제천시에 따르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인사위원회가 조성우 집행위원장을 지난 13일 업무상 관리 소홀 등을 이유로 해임했다. 이는 지난 8월 11~16일 열린 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치르면서 계획된 예산보다 비용을 과다 지출해 대규모 결손이 발생했고, 직원 임금 미지급 등 운영난에 빠진 데 따른 조치다. 2005년부터 시작된 이 영화제는 음악과 영화, 환경 등을 주제로 열리는 제천을 대표하는 예술 축제로 꼽힌다. 올해는 약 1만5000명이 영화제를 찾았다.

제천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 8월 행사를 치르며 발생한 손실금은 총 5억원가량이다. 영화제를 한 번 치르는 데 드는 비용은 39억원 정도다. 올해도 도비 및 시비 26억5000만원, 영화진흥위원회 보조금 3억1000만원 등이 지원됐다. 하지만 사무국은 올해 영화제를 치르면서 책정된 예산을 초과해 44억원을 지출했다. 영화제를 운영하며 마련한 자본금 2억5000만원마저 모두 소진해 운영 자금도 바닥난 상태다. 이 여파로 사무국 직원 11명 가운데 4명의 11월 임금 1000만원을 주지 못했다. 이달에도 직원 임금 3000만원가량을 아직 지급하지 못한 상태다.

제천시와 영화제 사무국은 조 집행위원장을 경찰에 고소할 방침이다. 사무국 관계자는 "지난 6월 열린 이사회에서 예산 사용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며 "내부에서도 예산 부족 문제를 언급했지만 집행위원장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집행위원장은 변호인을 통해 "제천시 요구로 사업 규모를 확대했는데 8월에 폭우로 관객이 줄어 손실이 난 것"이라며 "사업 수익으로 이뤄지는 자부담 예산에서 손실이 났지만, 보조금은 정해진 대로 썼다"고 주장했다. 또 "지역 예술 발전을 위해 위원장을 맡은 예술인에게 회계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했다.

부실 회계 문제가 불거지자 제천시의회는 지난 16일 본회의에서 시의 내년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지원 예산을 올해(19억4000만원)의 절반 수준인 9억9000만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박영기 시의원은 "사무실 임대보증금 회계 처리 문제와 정산 내역 불일치 등 사무국의 부실한 회계 운영이 심각하다"며 김창규 제천시장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충북도 역시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올해 5억원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지원한 충북도는 부실 회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내년 행사 예산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임금 체불과 운영 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년 영화제 집행위원회 구성에 차질이 우려되고, 관련 예산 지원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영화제 자체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여론조사회사 리얼미터가 지난 10월 27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국내 영화제 관심도 조사' 결과,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대한 관심도는 1.2%에 그쳤다. 조사 대상 주요 영화제 9개 중 가장 낮았다. 일부 제천 시민들은 영화제 폐지까지 거론한다. 제천중앙시장 한 상인은 "지금까지 수백억 예산을 쏟아붓고도 국민적 관심은 물론 시민들의 마음도 얻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영화제를 폐지하고 그 예산을 시민을 위한 다른 사업에 쓰는 것이 낫다"고 했다.

하지만 제천시는 전담 TF 팀을 꾸리고 영화제를 대폭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사업비 결손금과 체불 임금을 사무국이 가입한 재정보증보험 보험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시는 또 시의회에서 내년도 영화제 지원 예산을 삭감한 만큼 내년 영화제 개최 비용은 추경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공석인 집행위원장은 내년 1월 재선임하고, 3월 안에 사무국을 정비할 방침이다. 장기동 제천시 영화제 TF 팀장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사무국을 재정비할 계획"이라며 "내실 있게 정비해 시민과 함께하는 음악영화제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고자 : 신정훈 기자
본문자수 : 2024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