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출입 무관한 곳까지 금지는 부당＂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에서의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법률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2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 2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를 금지하는 조항의 위헌성에 대한 첫 판단이다.

한 노동조합 투쟁위원회 대표 A씨는 2017년 8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근처에서 옥외 집회를 주최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집시법은 대통령 관저, 국회의원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재 소장 공관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A씨가 시위를 한 곳은 청와대 경계 지점으로부터 약 68m 거리였다.

A씨 측은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의 모든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고, A씨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소규모·평화 시위도 예외 없이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이날 "대통령 관저 출입과 직접 관련 없는 장소에서 소규모 집회가 열릴 경우 위험성이 낮다"며 "막연히 폭력·불법적이거나 돌발적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가정만을 근거로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리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모든 집회를 일률적으로 막지는 말라는 취지의 결정이며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허용 가능한 집회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헌재가 해당 조항을 즉각 무효로 만드는 단순위헌 결정을 하지 않고,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시간을 정하고 그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을 존속시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헌재 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경호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 소규모 평화 시위를 열 수 있도록 하위 법령에 규정하는 방식으로 보완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만약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2024년 5월 31일 이후 효력을 잃게 된다. 기고자 : 유종헌 기자
본문자수 : 998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