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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등 3명 멕시코로 떠나… 페루 ＂멕시코 대사 추방＂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 이후 잇따른 시위로 페루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멕시코 정부가 카스티요 가족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페루 정부가 강하게 반발, 양국 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중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의 지난 10월 브라질 대선 승리로 완성된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 사회주의 성향 좌파 물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AP통신은 21일(현지 시각)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아내와 두 아들이 이날 오전 아에로멕시코 항공기를 타고 정치적 망명지인 멕시코로 떠났다"고 전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이 전날 "카스티요 전 대통령 가족이 페루 수도 리마의 멕시코 대사관에 머물고 있다"며 "이들을 멕시코 본토로 안전하게 이송할 방안을 페루 정부 측과 협상 중"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멕시코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카스티요는 지난 7일 의회에서 탄핵당한 직후 멕시코 대사관으로 몸을 피하던 중 내란 및 각종 부패 혐의로 체포돼 18개월 구금 명령을 받고 수도 리마에 수감돼 있다. 파블로 몬로이 주페루 멕시코 대사는 지난 8일 "사법기관의 근거 없는 박해를 받고 있다"는 카스티요의 망명 신청 서한을 받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에게 전달했었다.

페루 정부는 멕시코가 카스티요 가족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이자 몬로이 대사의 추방을 결정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아나 헤르바시 페루 외교장관은 "몬로이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했다"며 "그는 72시간 내에 우리나라를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페루 의회는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에게 "남의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멕시코가 페루의 탄핵 정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배경에는 급진 좌파인 카스티요의 축출을 계기로 약화할 것으로 보이는 '핑크 타이드'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실제로 좌파 정권인 멕시코·콜롬비아·아르헨티나·볼리비아 정부는 지난 12일 "카스티요의 인권과 사법적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카스티요 대통령과 가족, 페루에서 박해받고 있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에게 멕시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시골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지난해 6월 페루 대선에서 승리한 카스티요는 정·재계 엘리트가 아닌 첫 '서민 대통령'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청렴 좌파' 이미지와 달리 국가 사업 입찰 개입과 뇌물 수수, 권력 남용 등 혐의가 잇따라 불거졌다. 페루 검찰이 자신은 물론 아내와 처제 등 가족을 향해 수사망을 좁혀오자 그는 "검찰의 '마녀 사냥'"이라고 격렬히 반발했다. 지난 7일 의회를 해산시키고 사법 기관 물갈이를 선언했지만, 의회는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대통령직을 박탈했다.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지만, 페루 사회는 대통령 탄핵을 두고 찬반으로 국론이 갈리면서 극심한 혼란에 휩싸였다. 카스티요의 석방과 조기 선거를 요구하는 반정부·반의회 시위가 그의 지지 기반인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페루 전역으로 확산하자, 당국은 지난 14일 시위를 금지하고 국민의 이동을 제한하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부 관계자는 "시위대가 공항 등 국가 시설물을 부수고 방화하는 등 폭력 행위가 이어지면서 최소 22명이 숨지고, 500여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혼란이 심화되는 가운데, 페루 의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2026년 예정인 대선과 총선을 2024년 4월로 앞당기는 안을 잠정 승인했다. 페루 일간지 안디나는 "이 안에는 볼루아르테 현 대통령이 2024년 7월 당선인에게 권력을 이양한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전했다.

페루에는 약 1600명의 한국 교민이 살고 있다. 주페루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21일 본지 통화에서 "현재까지 시위 사태로 인한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기고자 : 장민석 기자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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