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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위해 한발씩 양보＂ 與野에 시한 못박아

김진표 국회의장이 21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야 협상이 법정 시한(12월 2일)을 훌쩍 넘겼지만 계속 공전하자, 의장이 예산안 처리 시점을 못 박은 것이다. 하지만 여야는 이날도 법인세 인하와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등 극소수 쟁점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뤄지면 합의안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에 부의된 정부안 또는 민주당 수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김 의장이 여야에 두 차례나 제시한 합의 시한을 지나서도 예산안 협상이 표류를 계속하자, 여야 양쪽 모두에 최후 통첩을 한 것이다.

김 의장이 여야 합의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강경 카드를 내놓은 것은 그동안의 중재에도 확실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김 의장이 민주당 출신이면서도 기획재정부 부총리까지 지낸 관료 출신으로 정부·여당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고민이 컸다"고 했다. 실제 김 의장은 최근 일요일 저녁 9시에도 의장 공관에 국민의힘 주호영,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불러 술자리까지 마련, 상황을 진척시켜보려고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로도 여러 차례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도 수시로 전화해 "민생을 위해 여야가 한 발자국씩만 양보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과정에서 김 의장은 며칠 새 살이 빠지는 등 고심에 빠졌다고 한다. 의장실 관계자는 "잠을 자다가도 답답한 심경에 새벽에 깨서 새 중재안을 메모에 적어놓는 등 힘들어하셨다"고 했다. 특히 법인세 인하를 반대해온 친정 민주당을 설득하기 위해, 김 의장이 민주당 중진 의원들을 만나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상황을 설명하며 "국가경쟁력이 달린 일"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여야가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지난 16일 여야 원내대표를 부른 자리에서 "정치하는 사람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라며 고성에 가까운 강한 질타를 했던 것이다.

현재 여야는 김 의장의 마지막 중재안을 두고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이번 중재안은 법인세 전 구간 1%포인트 인하가 핵심이다. 민주당이 법인세 3%포인트 인하안을 두고 "재벌 특혜"라며 강하게 반대하자,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최고세율만이 아니라 더 작은 규모의 기업들에 대해서도 과세구간별로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협상의 다른 쟁점인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문제는 관련 비용을 정식 예산에 포함하되, 민주당 요구를 일부 수용해 경찰국 등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합의에 실패할 경우, 김 의장 예고대로 정부의 예산안 원안과 민주당의 수정안이 동시에 본회의에 부의되는데, 이땐 169석으로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의 의중대로 수정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고자 :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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