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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랩

전국 각지에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산재(散在)해 있다. 경상북도 포항은 최근 몇 년간 지진으로 몸살을 앓았고, 부산은 해운·항만산업과 관련해 복잡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전남 등은 노년층의 디지털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지역 문제를 시민사회와 함께 해결하는 연구소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그리고 각 지역의 소프트웨어진흥기관들이 모여 만든 'SOS랩(Solution in Our Society Lab)'이 그 주인공이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포항테크노파크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경남테크노파크 ▲인천테크노파크 ▲충북과학기술혁신원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운영하는 SOS랩은 지역의 사회문제를 '소프트웨어 설루션(software solution)'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올해로 4년 차인 SOS랩은 주로 어떤 활동을 벌이는지, 현장에 가서 다양한 '사회문제' 설루션을 직접 체험해 봤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신음 중인 부산, '다회용 컵 수거 서비스'로 돌파구를 찾다!

바다에 근접한 부산은 환경 문제에 민감하다. 특히 여름철이면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부산 시민이 환경 문제를 더욱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지원하고 부산의 향토 기업인 그린업이 개발한 '다회용 컵 수거 서비스'는 부산 지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그린업에서 개발한 친환경 플라스틱 다회용 컵을 배포→수거→세척해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는 목적이다.

'다회용 컵 수거 서비스'를 이용해보기 위해 부산 해운대구청 인근 커피전문점을 찾았다. 커피를 주문하자 직원이 'E컵'을 사용하겠느냐고 묻는다. E컵은 그린업의 다회용컵 플랫폼 이름이다. 앱 QR코드를 전용 단말기에 스캔→주문한 후 받은 음료의 E컵에 인쇄된 QR코드를 찍으면 사용할 수 있다. E컵은 주문 단계에서 앱을 사용해 약간 번거롭지만, 반납이 간단해 굉장히 편리했다.

주문 후 친환경 컵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니, 불투명하고 깔끔한 모양으로 평소 마시던 일회용 컵과 달리 텀블러 같은 단단한 재질이 느껴진다. '매장에서 가지고 나가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건 똑같은 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 직원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 컵은 버려지지 않고 수거해서 깨끗하게 다시 세척하는 친환경 컵입니다. 반납은 이 컵이 제휴된 어느 매장에서든 가능합니다."

현재 부산·창원에서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오민경 그린업 대표에 따르면 회수율이 98%에 이른다. 환경보호라는 본연의 취지에 부합하는 높은 회수율은 E컵 플랫폼의 장점이자 차별화였다.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반납 기간을 10일로 제한한 것과 손쉬운 반납 과정이 100%에 가까운 회수율의 비결이다. QR코드로 컵 사용 이력을 관리해 200회 이상 사용한 컵은 장난감과 자동차 부품으로 재탄생된다고 한다.

다회용컵인 만큼 위생에 신경 쓰일 수밖에 없어, 컵 세척 업체를 찾아갔다. 저소득층의 고용을 위해 세워진 지역자활센터로 10명의 담당 직원이 전문 세척 설비로 하루 평균 1500~1800개의 컵을 세척하고 있었다. 립스틱 같이 잘 제거되지 않는 오염 물질을 지우는 2회 '초벌세척' 후 '초음파세척'과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는 '자동전문세척' 과정까지 거친다. 이어 육안검사 후 소독장에서 살균 및 건조를 한다. 총 6단계 과정을 거쳐 깨끗해진 컵을 보니 안심하고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격차를 겪는 전남, '학습용 키오스크'로 해법을 찾다!

전남지역은 노년 인구 비중이 높아지는 한편 젊은 층 이탈이 심해 디지털(digital)에 취약한 노년층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서비스가 디지털화(化) 되는 시기, 이런 격차는 지역의 주요 사회 문제일 수밖에 없다. 전남은 노년층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지원하고 전남에 있는 한국공학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학습용 키오스크 및 교육 프로그램'은 이런 디지털 에이징(digital aging)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서비스다.

디지털 사용 약자(노인·장애우 등)는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디지털 기기 화면에 취약할 수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모바일 화면 ▲영화관 티켓 주문 ▲기차표 예약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습용 키오스크 및 교육 프로그램'은 교육으로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탄생했다.

키오스크 교육을 실제 진행하는 전남 도내 한 노인복지관에 가봤다. 복지관 안으로 들어가자 열댓 명의 어르신이 큰 키오스크 화면을 보며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눌러보고 계셨다. 가까이 보니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는 익숙한 화면(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주문 및 결제 화면)이다. 어르신들은 화면 상·하단 탭 버튼을 차례로 신중히 눌러보며 화면이 어떻게 넘어가는지 확인했다. 포장으로 할지, 아니면 매장에서 먹을지 선택하거나 포인트는 적립해야 하는지, 결제수단은 무엇으로 할지도 하나하나 눌러보고 화면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폈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우리와 달리, 어르신들은 무엇을 눌러야 내가 원하는 정보로 넘어갈지 모든 것이 고민거리였다.

현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지 묻자 "지난 칠십 평생을 매번 몸으로 부딪쳐가며 경험하고 배워왔는데 또 이런 새로운 디지털 기기가 늘어나고 빠르게 변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두렵다"라며 "이 교육은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배우는 것을 넘어 막연한 두려움도 없애줘 고맙다"고 힘주어 답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디지털에서 소외되지 않는 것이 장·노년층 자존감 향상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의 정책은 대부분 전문가가 모여 설계하고 고민한다. 반면 SOS랩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당사자, 즉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이 직접 모여 고민하고 해결 방안까지 찾는다. 그런 면에서 다른 정책 사업들보다 더 체감효과가 크고 우리 실생활에 밀접한 설루션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실수요자들이 직접 고민하고 결과물을 함께 만드는 사업이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