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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40~64세 조사… 5명중 3명이 대출 보유

세종시에 사는 정부 중앙부처 사무관 이모(43)씨는 작년 말 내 집 꿈을 이루면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4억원을 받았다. 이씨는 "아내와 딸에게 '내 집에서 산다'는 기쁨을 안겨주려 결심했지만, 남은 인생은 대출금 갚다가 허리가 휠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신촌에서 23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사장 김모(60)씨는 작년 10월 소상공인진흥공단을 통해 은행에서 7000만원을 빌렸다. 코로나가 2년째 이어지니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린 돈은 식당 영업 적자를 메우느라 전부 다 썼다. 박씨는 "심기일전하자는 마음으로 빚을 냈지만, 내년 초에 가게 문을 닫을 생각"이라며 "빌린 7000만원은 다시 아파트 담보 대출을 받아 갚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박모(60)씨는 작년 6월에 5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살던 주택을 허물고 5층짜리 다가구주택을 지었다. 박씨는 "노후에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냈더니 이자 갚느라 매달 허덕인다"고 했다. 박씨는 2층에 살면서 3~5층은 세를 주고 있다. 월세 수입은 대부분 대출금 갚는 데 들어간다고 했다.

한국의 중장년(40~64세) 5명 중 3명은 대출을 안고, 이자를 갚으면서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이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더 많다. 대출을 받은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대출금 갚느라 겪는 고생은 중장년이라면 다들 알 법한 일이다.

◇대출 잔액 11.6% 늘어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중장년층 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한국의 중장년 인구는 2018만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40.3%를 차지해 1년 전보다 0.5%(9만6000명) 증가했다.

금융권 대출 잔액이 있는 중장년층은 57.3%로 1년 전(56.5%)보다 0.8%포인트 늘었다. 2017년 55.3%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대출 금액은 1000만~3000만원이 19.6%로 가장 많았고, 이어 1억~2억원 미만(18.1%), 1000만원 미만(14.1%), 3000만~5000만원 미만(11.9%) 순이었다. 3억원 이상 대출을 받은 경우도 10.7%나 됐다.

대출 잔액 중앙값은 5804만원으로 1년 전(5200만원)보다 11.6%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가계대출, 신용대출 등이 고루 늘었다"고 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 초반의 대출 잔액 중앙값이 7444만원으로 가장 많고, 이보다 높은 연령일수록 대출금이 적었다. 주택 구입 등 사유로 40대의 대출 금액 규모가 큰 것으로 보인다.

주택 소유자의 대출 잔액 중앙값은 1억16만원으로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중장년층 대출 잔액 중앙값(3019만원)의 3.3배였다. 중장년층 주택 소유 비율은 43.8%로 1년 전(43.1%)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절반을 밑돌았다.

◇소득 5.4% 늘어, 빚 느는 속도보다 더뎌

작년 중장년층 소득(근로·사업)은 1년 전보다 늘었지만, 빚이 느는 속도보다 더뎠다. 중장년층 취업자 비율은 66.4%였다. 취업자 중에서는 77.8%가 임금 근로자, 17.9%가 비임금 근로자, 임금 근로와 비임금 근로를 병행하는 경우가 4.3%를 차지했다.

소득이 있는 중장년층 비율은 77.1%로 1년 전(76.4%)보다 늘었고, 연평균 소득은 3890만원으로 1년 전(3692만원)보다 5.4% 늘었다. 소득 구간별 분포를 살펴보면 1000만~3000만원 미만이 30.9%로 가장 많았다. 1000만원 미만(26%), 3000만~5000만원 미만(17.3%), 5000만~7000만원(9.8%) 구간이 뒤를 이었다.

한편 19세 이상 성인 자녀와 함께 사는 중장년 가구의 47.1%는 자녀가 백수(미취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비율은 2020년 46.8%에서 2021년 48.4%로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

[그래픽] 중장년층(40~64세) 경제 상황 기고자 :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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