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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가 부족하면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창수씨(66)는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두렵다. 지인 모임 등 각종 송년회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모두 보자고 하는 바람에 예전보다 약속이 대여섯 개는 더 늘어났다.

보고 싶던 지인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 반갑지만 나이 들면서 쉽지 않은 '속 사정'이 문제다. 저녁에 기름진 음식이나 고기를 먹으면 다음 날 점심까지 더부룩해 트림이 수시로 올라온다. 가끔 과식하거나 과음(過飮)한 날에는 심한 복부 팽창감으로 소화제를 먹기도 한다. 젊은 날에는 날이 새도록 술을 마셔도 다음날 끄떡없었지만, 이제는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그렇다고 매일 소화제를 먹을 수도, 모임에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효소'다.

◇추워지면 소화효소 분비 줄어 소화력 떨어져

추위가 이어지면 실제로 소화 기능도 떨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12~1월의 기능성 소화불량 진료 환자의 수가 다른 달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화불량 ▲식욕 감퇴 ▲위장 장애 ▲변비 ▲설사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낮은 온도는 우리 몸 자율신경계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끼친다. 추워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긴장돼 위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든다. 위의 활동성이 떨어지고 효소 분비도 줄어들어 소화가 잘 안된다. 날씨가 추워 밖에 나가지 않아 신체 활동량이 떨어지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식사량을 줄이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중년 이후부터는 식사량을 갑자기 줄이면 체내에 영양소가 충분히 들어오지 않아 기력이 떨어진다. 신체 세포들의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워져 각종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소화제를 먹어봤자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지금 당장 부족해진 효소를 채워야만 한다.

◇해외에서 주목받는 효소 테라피

효소는 체내의 모든 생화학 반응을 담당한다.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 질병을 치료하며, 체내 활성산소를 퇴치하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신체활동을 돕는다. 효소 없이는 신체에서 어떠한 활동도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효소를 '생명의 불꽃'이라 일컫기도 한다.

우리가 몸에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먹는 각종 비타민의 또 다른 이름은 '조(助)효소'다. 효소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타민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몸에 효소가 없으면 효과 또한 볼 수 없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효소를 보충하는 '효소 테라피(Enzyme Therapy)'를 꾸준히 연구해왔다.

◇음식물 잘게 쪼개 소화 돕는 '소화효소'

효소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소화'다. 소화는 몹시 어려운 활동이다. 인간은 체내 에너지의 1/3을 소화하는 데 사용한다. 이러한 활동을 효소가 주도한다면 위장에 부담이 적어져 소화도 수월해진다.

효소는 크게 소화효소와 대사효소로 나뉜다. 소화효소는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침샘·위·췌장 등에서 잘게 분해해 분자 크기의 영양소로 만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침(아밀라아제) 역시 소화효소의 일종이다. 입 안이 마르고 입맛이 떨어지는 것은 소화효소인 침이 부족해 음식물의 분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만약 소화효소가 부족하면 분해되지 않은 음식물들이 장 내 찌꺼기로 남아 유해균의 번식을 유발하는데, 이들이 각종 독소와 가스를 내뿜어 숙변이 되거나 장벽에 달라붙는다. 또는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신체 곳곳에서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영양소 흡수부터 면역 관리까지 담당하는 '대사효소'

잘게 쪼개진 영양소를 체내 곳곳에 보내고 이를 활성화하는 것은 대사(代謝)효소가 담당한다. 아무리 좋은 것을 먹어도 대사효소가 제 역할을 못 하면 영양소가 체내 곳곳에 흡수될 수 없다. 나이가 들면 기력이 떨어져 양질의 영양소를 먹어야 하는데, 효소가 부족하면 영양소가 체내에 흡수되지 못한다. 몸에 좋은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영양 결핍이 생기고 기력도 뚝뚝 떨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외에도 대사효소는 ▲혈관 청소 ▲염증 완화 ▲항암 ▲면역 등 다양한 일을 담당한다. 대사효소의 활성화에 따라 우리의 건강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소화효소가 부족해지면 대사효소까지 소화에 동원되는데, 이 경우 대사효소가 본래의 일을 하지 못하게 돼 면역체계에 교란이 오게 된다. 결국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떨어진 기력 살려주고 암 치료에 사용되기도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는 독한 치료 후 속이 불편해져 음식을 먹지 못해 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때 효소가 채워진다면 소화는 돕고 영양소는 체내에 흡수시켜 몸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 효소가 약해진 위장의 기능을 강화해 영양소 흡수율도 높인다. 이에 국내 병원에서는 일부 암 환자에게 췌장효소 제제(製劑·의약품을 치료 목적에 맞게 배합하고 가공)로 '면역세포 활성화' 효과를 얻고 있다.

스코틀랜드 발생학자 존 비어드(John Beard)는 암 치료에 효소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암 발생에 효소 부족이 관여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가 실시한 다수의 치료 결과 암세포의 성장이 억제되었음이 확인됐다.

◇효소량 급감하면 '노화 시작'

대사효소에는 '슈퍼 항산화 효소'라 불리는 SOD(Superoxide dismutase)가 있다. 다른 말로는 '산화방지 효소' '활성산소 억제효소'라 불린다. 몸에 해로운 세포와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공격하는 효소다. 40세가 넘어가면 인체 내에 SOD를 비롯한 항산화 효소를 만드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이때부터 노화가 시작된다. 쉽게 병에 걸리고, 신체 기능이 쇠약해지면서 회복까지 더딘 것은 항산화 효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중장년에 접어들수록 효소 보충이 필수적이다.

◇한국인에 맞는 곡물 발효효소 먹어야 효과적

부족해진 효소를 효과적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발효효소가 좋다. 곡물을 발효하면 발효 전보다 효소 활성도가 약 2배가량 높아진다〈그래프 참고〉. 그 중에서도 국내산 곡물발효 효소가 좋다. 예로부터 곡물을 주식으로 해온 우리나라 사람에게 더 잘 맞는다. 곡물효소는 ▲체내 생화학 반응을 원활하게 하며 ▲음식물을 분해해 영양분 흡수를 돕고 ▲독소를 배출하는 데 탁월하다.

[그래픽] 발효 효소 활성도 비교 기고자 : 김수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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