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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8개 부문 8359편 응모

'위드 코로나'를 거쳐 '포스트 코로나'를 바라보는 요즘. 신춘문예 시·소설 부문 응모작들에서는 코로나로 타인과 단절된 지난 3년의 시간이 아물지 않았다. 개인의 이야기에 천착하는 한편, 다채로운 상상으로 타인과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202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는 시 5376편을 비롯해 8개 부문 8359편의 응모작이 들어왔다. 8508편을 기록했던 작년보다는 다소 줄어들었다. 부문별로는 단편소설 689편, 시조 578편, 동시 1362편, 동화 220편, 희곡 94편, 문학평론 31편, 미술평론 9편이었다.

지난 9일 박준·서효인·유계영 시인이 시 부문 예심을, 15일 소설가 박민정·서이제·임현과 문학평론가 박인성이 소설 부문 예심을 마쳤다. 예심 결과 시 13명, 소설 8명의 작품이 본심에 진출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사회 3년 차, 시 부문에서는 현실보다는 상상에 의존해 목소리를 내는 경향이 커졌다. 박준 시인은 "몸으로 부딪쳐 얻어낸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상상에 근거해 타인과 공동체를 그려내는 경향이 커졌다"며 "코로나로 단절과 격리의 사회적 분위기가 계속되는 데다가, 소셜미디어·인터넷 등을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눈앞의 사과가 아니라, 미디어 등을 통해 본 사과에서 작품을 시작한다는 설명. 이런 시에 대해 박 시인은 "상상이 더 자유로울 수 있지만, (작품이) 다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길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더 직접적인 체험에 기반을 둔 시의 경우, 일상에서 친숙한 소재를 다룬 경우가 많았다. 서효인 시인은 "'나'에 대해 다룬 시가 가장 많았고, 가족·요리 등 집 근처에서 볼 수 있는 소재도 많았다"고 했다. 유계영 시인은 "낯선 타자보다는 가까운 이들을 다시 한번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단편소설 부문에선 파편화된 공동체 속 개인에게 주목한 작품이 많았다. 박인성 문학평론가는 "단절된 사회 및 관계성을 복구하려는 욕망을 다룬 이야기가 많았다. 이를 음모론·사이비와 같은 소재로 풀어내거나, 소셜미디어·유튜브 등 신세대의 감수성으로 그려내는 경향이 보였다"고 말했다. 임현 소설가는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기보다는, 가정·직장 등 관계에서 오는 세밀한 감정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했다.

세대·성별 등 특정 집단 차원의 고민에 천착하는 경향도 관찰됐다. 서이제 소설가는 "바이러스에 대한 작품은 작년보다 줄어든 반면, 직장·세대 갈등을 그린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가 많았다"며 "다문화 사회나 여성 이민자 등의 이야기를 가까운 미래의 시점에서 다룬 것도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박민정 소설가는 "임신 중절 수술, 황혼 육아, 최근 중국의 백지 시위 등 당대의 첨예한 사회문제를 반영한 작품이 많았다. 또, 스터디 모임·동호회 등 당장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얕은 결속력을 위해 특정 집단에 소속되려는 인물도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시·소설을 제외한 다른 부문은 예심 없이 본심을 치른다. 당선자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고, 내년 1월 1일 자 조선일보에 당선작을 발표한다.

[표] 2023년 신춘문예 총 8359편 응모 기고자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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