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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협상 진전없어… 의장 ＂19일 처리할 것＂

경제 한파가 엄습하고 있지만 여야는 16일에도 내년 예산안 관련 접점을 찾지 못했다. 예산안 대치 정국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은 법정 처리 기간(지난 2일)을 훌쩍 넘긴 상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로 만났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대한 예산 편성을 반대하는 데 대해 "예산 5억원 문제가 아니라 새 정부의 경찰 인사 관리, 고위공무원 검증을 위법으로 낙인찍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부부가 기초연금 받을 때 20% 감액 말고 전액 주자'는 민주당 요구에 대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였다면 민주당이 집권할 때 시작이라도 해야 했는데 이제 와서 연 1조6000억원이 드는 사업을 하자고 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 협상의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우리 기업이 높은 법인세 부담을 안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진표 의장이 내놓은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 중재안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 기류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인세 인하 혜택은 소액 주주와 노동자, 협력업체에 골고루 돌아간다"며 "주요 국내 기업의 소액 주주만 해도 약 1000만명에 달한다"고 했다. 야당의 '초부자 감세'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민주당은 협상 지연의 '배후'로 대통령실을 지목하고 정부 여당을 비난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여당은 지금까지도 용산 (대통령실) 눈치만 보며 시간 끌기에 급급하다"고 했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여당이 국회에서의 역할이 분명한데 너무 대통령의 푸들 노릇만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민주당은 협상이 불발할 경우 정부 예산안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 등을 뺀 야당 예산안을 단독으로 본회의에 제출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럴 경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의원 요구로 추가된 지방 예산을 반영할 수 없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단하는지를 보고 우리 수정안 제출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강경파 일각에서는 "저쪽(정부 여당)에 밀리면 안 된다"며 단독안 제출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불러 예산안 처리를 촉구했다. 김 의장은 "복합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수단은 정부 재정뿐"이라며 "구정 전에 (예산) 집행이 어려워지면 취약 계층이 가장 힘들 것"이라고 했다.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지자체 예산 편성, 복지 행정 등이 연쇄적인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제를 살리고 취약 계층을 도우려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늘어져서 못 굴러가게 하고 있다"며 "정치하는 사림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라고 했다. 김 의장은 오는 19일을 처리 시한으로 다시 제시했다.

예산 합의가 해를 넘길 경우 내년 예산을 올해에 준해 지출하는 준예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신규 사업은 중단되고 공무원 보수 지급 등에 들어가는 최소 경비로 정부를 운영하는 것으로 한국의 대외 신뢰도가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기고자 : 박수찬 기자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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